[수도권]고양 꽃전시회 “짜증나요”…조직위 준비부족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12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호수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10회 한국고양꽃전시회’가 주최측이 수용 면적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관람객을 마구 입장시키는 데다 준비가 소홀해 관람객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주고 있다.

휴일인 28일 오후 호수공원에 마련된 꽃전시관.

1200여평 규모인 이 전시관 내부는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꽃 앞에 멈춰선 사람들과 단체관광객, 그리고 유모차를 끌고 가는 가족 단위 관람객 등이 뒤엉켜 있었다.

입구에는 어느 곳부터 관람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표시판조차 없어 관람객들은 이쪽 저 쪽 무분별하게 다니느라 꽃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는 상태였다. 또 꽃 아래에는 한글로만 이름이 표기돼 있어 외국인들은 꽃의 이름조차 알 수 없었고 내국인들도 이름 외에는 학명이나 서식지, 종(種)의 특징 등 기본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호접란’이라고 적힌 자주색 난 바로 옆의 비슷하게 생긴 난에는 ‘반다’라는 푯말이 붙어있었지만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데리고 이곳을 찾은 김경숙씨(39·여·서울 금천구 시흥동)는 “푯말에 이름만 달랑 적혀 있고 설명하는 직원도 없어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줄 수가 없었다”며 “전시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꽃을 보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직위 측은 당초 20개국 30개에 이르는 해외 업체가 참여한다고 발표했지만 상당수 해외업체의 부스에는 화초 몇 그루만 놓여있을 뿐 홍보 요원이나 책자조차 비치되지 않았다.

지난해의 전시회처럼 자생꽃 전시관은 실내전시관 밖으로 밀려나 있는 데다 ‘처녀치마’ ‘둥근잎꿩의비름’ 등 예쁜 우리 꽃이름을 갖게 된 경위 등도 설명을 해놓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전시관 출입구 앞 광장에는 모 카드업체의 발급 창구가 설치돼 카드 발급시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다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려 꽃전시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 조직위에 기부금을 내고 호수공원 내에 마련된 임시식당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셀프서비스로 운영되다 보니 바닥과 테이블 등에는 음식물과 수저 등이 나뒹굴고 있어도 치우는 사람이 없고 음식 수준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으로 지적됐다.

이날 하루 동안 유료관객은 1만8000여명이나 됐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많은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전시회의 특성상 다소 불편한 점이 발생하고 있지만 안내 요원을 적소에 배치해 불편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4일 개막된 이 전시회는 다음달 5일까지 호수공원 내 1200여평의 꽃전시관과 1600여평의 야외전시장에서 계속된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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