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영 비서관 '봐주기 소환' 논란

  • 입력 2002년 4월 21일 18시 28분


구속된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자신의 해외도피를 권유한 장본인으로 지목한 이만영(李萬永·사진) 대통령정무비서관을 검찰이 20일 오후 전격 소환, 조사한 뒤 21일 새벽에 돌려보낸 것은 그간의 수사 관행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씨는 “경찰청 특수수사과 최성규(崔成奎) 전 과장이 나에게 ‘해외로 도피하는 게 어떠냐’는 이 비서관의 말을 전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이 비서관을 돌려보낸 뒤 “이 비서관이 언론에 해명한 대로 최 전 과장을 만나긴 했지만 최규선씨와 관련해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검찰의 전격 조사에 의문이 가는 것은 이 비서관의 말을 전달했다는 최 전 과장이 해외로 도피해 이 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실익을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소환 조사는 그동안 검찰이 밝힌 수사 원칙과도 맞지 않다. 검찰은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의 동서이면서 홍걸씨의 대리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인돈씨의 소환 시기를 묻는 질문에 “뻔한 주장을 할 사람을 무조건 부르면 뭐 하나. 주장을 반박할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불러도 실익이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비서관이 어떤 주장을 할지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대한 반박의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소환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특히 수사팀은 수사의 본류라고 밝힌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의 복표 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 및 최씨 관련 혐의를 밝히는 데 진력하느라 연일 밤을 새우는 등 정신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진상규명보다는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모양 갖추기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실명을 거론하며 파장이 큰 주장을 했기 때문에 본인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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