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주부, 남편살해 공범으로 몰려 8일간 억울한 옥살이

  • 입력 2002년 3월 8일 18시 19분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20대 주부가 남편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8일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풀려났다.

8일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대전 서구 만년동 C아파트에서 발생한 강도살인사건과 관련해 이튿날 오후 긴급 체포된 뒤 구속된 김모씨(29·여)가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7일 오후 석방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6시경 자신의 집 거실에서 조카 김모씨(25·대학생)와 짜고 남편 고모씨(34)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조카와의 불륜관계를 남편에게 들키자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이 사건은 조카 김씨가 카드 값 500만원을 갚지 못해 외삼촌인 고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범행과정에서 조카 김씨는 범행장면을 목격한 외숙모 김씨를 살해하려다 김씨가 베란다를 통해 도주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을 잃은 김씨는 경찰에서 줄곧 범행사실을 부인했는데도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까지 해야 했다.

경찰관계자는 “김씨의 딸(5)도 ‘범행 현장에 엄마가 있었다’고 진술한 데다 김씨의 옷에 숨진 남편의 피가 묻어 있어 김씨 주장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은 김씨가 피의자로 몰리게 된 경위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