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모범수로 가석방된 어느 무기수의 새출발

  • 입력 2002년 3월 1일 18시 15분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고모씨(41)는 19년 만에 쇠창살이 없는 세상의 자유를 마음껏 호흡했다.

고씨는 이날 3·1절을 하루 앞두고 모범 수형자로 선정돼 광주교도소에서 가석방됐다.

노모가 계시는 집으로 향하는 그는 가슴이 설[4]다. 그의 작은 가방에는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 있게 자랑할 거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고입 고졸 검정고시 합격증과 각종 기능경시대회에서 받은 상패들이 여러 개였다. 그는 특히 양복 재단기술 습득에 열심을 내 양복기능사 1급 자격증도 땄다.

고씨는 초범이었지만 무기형을 선고받았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다 죄의식도 없이 부녀자 윤간과 강 절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철이 든 것은 교도소에 수감된 뒤였다. 평생을 교도소에서 지낼 생각에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라 그럴 수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기술을 익혔고 동료 재소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모범적으로 지내다보니 형이 20년형으로 감경됐다.

고씨에게는 꿈이 있다. 양복 재단기술을 살려서 직장을 얻고 결혼도 할 생각이다. 그리고 돈을 벌어 양복점을 차리는 게 목표다.

고씨는 “그동안 교도소에서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만 살면 밖에서도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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