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부천 "이색 사설박물관 톡톡 튀네요"

  • 입력 2002년 2월 19일 21시 23분


《“음식이 나올 때까지 2∼3층 전시실을 둘러 보고 오세요.”

경기 부천시 심곡1동의 한 토속 음식점인 ‘솟대’에서는 주문을 마친 손님들에게 늘 이런 제안을 한다. 옹기, 농기구, 화로, 꽃가마 등 조상들이 쓰던 생활용품 7000여점을 다양한 표정의 밀랍인형 70여개와 함께 전시해 놓고 손님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때문에 전시실 이곳저곳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느라 주문한 음식이 식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않다.》

소문을 듣고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은 이정헌씨(40·부천 원미구 중2동)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 아이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웃옷을 벗어던진 채 아랫목에서 낮잠을 즐기는 밀랍인형을 가리키며 웃음을 터뜨렸다.

송내1동에도 같은 유형의 음식점 ‘황토길’이 12년째 운영 중이다.

강원도 횡성에서 민속촌을 운영하는 친지의 도움을 받아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 전시품을 교체하고 있다. 이곳은 특히 일본인 등 부천시를 찾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다.

손님들은 토속 음식도 맛보고 한국의 정취도 느끼는 일석이조의 이득을 본다.

‘박물관 밸리’를 지향하는 경기 부천에는 공공 박물관 외에 이렇듯 이색적인 사설 박물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0년 10월 문을 연 부천시청 옆의 에디슨과학박물관도 그 중 하나.

축음기와 백열전구, 영사기 등 에디슨의 발명품 400여 점을 비롯한 100∼200년전 발명품 1300여 점이 ‘에디슨 세계’ ‘빛의 세계’ ‘소리의 세계’ 등으로 구분 전시돼 있다.

4500여점에 달하는 전시품을 강원도 강릉의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박물관’과 교환 전시하고 있어 어린 학생들의 견학장소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275개 성씨(姓氏) 대부분의 족보를 보유하고 있는 ‘부천족보전문도서관’도 요즘들어 부쩍 찾는 이들이 많다.

1476년 간행된 안동 권씨의 성화보(成化譜) 영인본을 비롯해 1만5000여점의 관련 문헌을 보유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족보 모으기를 시작했다는 김원준(52) 관장은 “옛 문헌이 시골 부엌이나 뒷간 등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관람객들이 지방에서도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내년 말 개관할 예정인 한국영화·영상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부천시가 영화인 신영균씨에게 박물관 부지를 값싸게 장기 임대할 방침인데 멀티미디어 영상관, 영상체험관, 특수영상관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이에 뒤질세라 전문적이고 특화된 공공박물관도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만화전문박물관인 ‘한국만화박물관’과 ‘자연생태박물관’ ‘물박물관’이 이미 운영중이며 ‘짚·풀 박물관’과 ‘펄벅기념관’이 내년 8월 잇따라 개관할 예정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어린이들에게 박물관은 산경험의 장(場)이 될 것”이라며 “수준 높은 전시문화를 통해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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