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는 안가겠다”…수도권 고교 배정 오류 파장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10분


수도권 4개 고교평준화지역 신입생 배정 전산오류의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16일 재배정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13일 오전에만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항의나 문의를 하는 e메일이 300여건이나 폭주하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또 학부모들과 전교조 경기지부 등은 “도교육청의 착오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됐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파장과 전망〓특히 학부모들은 “지난해 3월 학교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가 당초 예정가보다 2000여만원이 싼 6700여만원에 프로그램 개발사업을 낙찰받은 것에 의혹이 있다”며 관련 업체인 ㈜3iST 홈페이지에 수백여건의 글을 올리는 등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재배정을 하더라도 원하는 학교에 배정됐다가 원하지 않는 학교에 다시 배정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배정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실시됐다. 학생이 선지망한 학교군 중에서 배정하는 1단계의 경우 지역별로 40∼70%를 뽑은 뒤 2단계에서 나머지 학생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1단계에서 배정을 받은 학생들은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2단계에서 배정된 학생 중 재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김순희씨(43·여·성남시 분당구 금곡동)는 “이번에 딸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됐었는데 재배정에서 다른 학교로 결정된다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주 교육부총리도 10일 경기도교육청을 방문해 관련자들을 질타했다. 이 부총리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했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겠느냐”며 “공직기강 해이로 비롯된 일인만큼 후속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도교육청은 고입제도 기획팀을 중심으로 설 연휴 기간 100여명이 비상근무를 했다. 12일 오류 수정을 거쳐 재배정을 끝내고 현재 혹시 있을지 모를 오류 확인작업을 벌이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이에 앞서 도교육청은 이번 학생 배정을 위해 지난해 1년간 500회 이상의 모의실험 과정을 거쳐 가장 신뢰할 만한 학생배정 방법을 확정했다고 밝혔었다.

특히 신입생 배정결과 발표 당일인 8일 오전에는 설명회를 갖고 모의실험보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홍보하기도 했다.

▽문책 범위〓현재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자 문책과 도교육감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측은 어느 선까지 책임을 져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학부모는 “발표 전에 한번만 확인해 봤어도 이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와 당혹감 등에 대해 도교육청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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