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김성환-신승남 커넥션 추적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0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측근인 김성환씨가 이용호(李容湖)씨 사건 수사와 관련해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부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과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확인된 사실〓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이형택씨는 지난해 9월 이용호씨의 변호를 맡았던 임운희(林雲熙) 변호사를 통해 이용호씨가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에게 5000만원을 송금한 명세가 포함된 통장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이형택씨는 그 직후 김성환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일이 있으면 큰 일이다. 검찰총장에게 알려주라”며 사실상 수사 중단을 요청하도록 부탁했다는 것이다.

4일 특검에 소환돼 조사받은 김성환씨는 처음에는 부탁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이형택씨와의 대질 신문에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신 전 총장을 만난 사실은 없다며 끝까지 부인했다는 것.

신 전 총장은 동생의 금품 수수를 수사팀의 공식 보고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승환씨를 조사한 검찰의 특별감찰본부는 지난해 수사 당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의혹〓김성환씨가 이형택씨의 부탁을 받은 배경과 이형택씨가 신 전 총장을 바로 찾아가지 않고 김성환씨에게 부탁한 점이 석연치 않다.

이에 따라 이형택씨가 부탁할 당시 김성환씨가 신 전 총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9월 16, 17일경 신 전 총장이 동생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았던 시점과 이형택씨가 김성환씨에게 부탁한 시점이 비슷한 것도 의혹의 대상이다. 신 전 총장이 김성환씨 등을 통해 동생 문제를 알고 있었거나 수사 중단 요청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사 전망〓특검팀은 내부적으로 김성환씨 등 관련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검 방문자 출입 자료를 압수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특검팀은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 뒤 신 전 총장을 소환하고 김성환씨를 재소환해 ‘이형택-김성환-신승남’의 연결고리를 최종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고 끝까지 부인할 경우 정확한 진상 규명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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