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법정에 선 차정일특검 “李게이트 재판 이제부터 시작”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09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해온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5일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폐쇄된 서울 삼성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에만 전념해온 지 꼬박 57일 만의 일이다.

차 특검의 등장은 이씨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J건설산업 대표 여운환(呂運桓)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특검팀이 처음으로 구속기소한 이기주(李基炷) 전 한국통신파워텔 사장에 대한 신문을 하기 위한 것.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용헌·金庸憲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첫 공판에서 이 전 대표는 받은 돈의 대가성을 모두 부인했다. 검사석에 앉은 차 특검의 추궁이 매서워졌다.

“여씨에게서 삼애실업의 전환사채(CB) 발행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은 적이 있지요?”

“평소 후배로 아껴온 여씨가 사업에 성공했다며 고마움의 표시로 놓고 갔을 뿐입니다.”

“피고인은 돈 1000만원이 그저 호의로 받을 만큼 적은 돈이라고 생각합니까?”

“…….”

“평소에도 이유 없이 이런 거액의 돈을 받곤 했습니까?”

“…….”

차 특검은 10여분간 몰아친 끝에 이 전 대표에게서 “여씨를 도와주기 위해 대우증권 사장 박모씨를 만났다”는 진술을 끌어냈다.

특검이 법정에서 피고인을 직접 신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 ‘옷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특검 때와는 달리 이번 특검법이 특검에 공소유지 권한까지 부여한 데 따른 것이다.

차 특검은 공판이 끝난 뒤 “기나긴 재판 과정이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며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 중인 특검 사무실로 되돌아갔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