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女 굶어죽어… 정신질환증세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24분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12평짜리 영세민용 임대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어렵게 살아온 40대 여자가 굶어죽은 채 발견됐다.

3일 오후 2시40분경 대구 수성구 범물동 A아파트 원모씨(41·여) 집에서 원씨가 숨져 있는 것을 딸(12·초등 4년 중퇴)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원씨의 딸은 “지난해 12월부터 끼니를 자주 거르다 최근 4, 5일 동안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물만 마셔 왔다”며 “지난 토요일 오후 엄마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일어나 보니 엄마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원씨의 집에는 쌀이나 반찬 등 먹을거리가 전혀 없었고 딸도 오랫동안 굶어온 탓에 영양실조와 탈진 상태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원씨의 아파트는 관리비 체납으로 지난해부터 도시가스와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으며 이 때문에 이들 모녀는 냉방에 거주하며 부근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와 식수로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도 하지 않아 저소득층에게 지원되는 생활비 지원 혜택도 받지 못했다.

경찰은 수일 동안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한 상태로 지내던 원씨가 굶주림 끝에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원씨는 10여년 전 일본인과 결혼해 딸을 낳았으나 국적 문제로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다 97년 남편과 헤어진 뒤 정신질환 증세를 보여 시골에 있는 친정에서 지내다 지난해 12월 초 2년 간 비워둔 이 아파트에 다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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