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측 수사중단 압력 의혹 …이형택 작품?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0분


지앤지(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지난해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와 김형윤(金亨允)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 등을 동원해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에게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특별검사팀의 새로운 수사 과제로 등장했다.

의혹의 핵심은 이용호씨가 신 전 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에게 5000만원을 준 거래내용이 담긴 통장 사본을 입수한 김 전 단장이 이를 이용해 신 전 총장을 압박했다는 것.

특검팀은 지난해 9월 이용호씨가 구속됐을 때 잠시 이씨를 변호한 임운희(林雲熙) 변호사를 이 의혹의 주요 ‘연결 고리’로 보고 있다.

임 변호사는 당시 문제의 통장을 며칠 동안 보관한 적이 있다고 3일 밝혔다. 그는 “이용호씨가 ‘스카우트 비용으로 준 돈이지만 공개되면 시끄러워지니 통장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해 이씨의 부인 최모씨에게서 통장을 넘겨받았다가 며칠 뒤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형택씨에게 통장 거래내용을 알려줬지만 통장 사본을 전달한 적도 없고 김형윤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임 변호사가 통장 거래내용을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에게 보고했으며 김씨가 신 총장에게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으나 임 변호사는 이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일단 신 전 총장을 소환해 김 전 단장 등에게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지난해 이용호씨를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와 특별감찰본부 수사팀도 조사 대상이다. 이들을 상대로 당시 신 전 총장에게서 승환씨와 관련한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받았는지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찰본부는 이용호씨에게서 수사 중단 압력과 관련한 진술을 받고도 조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단장은 이용호씨의 광주상고 선배며 신 전 총장의 목포중 후배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김 전 단장이 이용호씨측의 요청으로 신 전 총장에게 수사 확대 중지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김 전 단장의 당시 위치나 신 전 총장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압력을 넣거나 협박했을지는 의문이다.

이형택씨의 역할도 특검팀의 조사 대상이다. 임 변호사에게서 통장 거래내용에 관해 듣고 보물 발굴사업과 관련해 알고 지내던 김 전 단장에게 수사 중단을 신 전 총장에게 요청하라고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의 성격상 관련 당사자들이 의혹을 시인하지 않으면 주변 정황만으로는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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