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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31일 0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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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이형택씨가 2000년 7월 동화은행 후배 허옥석(許玉錫·구속)씨를 통해 이용호씨를 소개받아 보물선 발굴사업 투자를 권유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조흥캐피탈을 이용호씨가 인수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해준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의 유착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위 행장을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흥캐피탈을 이용호씨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형택씨로부터 청탁 전화를 받았는지 조사했다. 그러나 위 행장은 조사 직후 본사 취재팀과 전화 통화에서 “이용호씨와의 통화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조흥캐피탈 매각 과정은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또 이형택씨의 관련 계좌에서 1억5000만원 이상의 뭉칫돈을 발견하고 출처와 사용처를 조사중이다. 특검팀은 이날 밤 이형택씨와 이용호씨의 금전 거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형택씨의 은행 개인금고에서 회계장부와 예금통장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했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특검팀이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 압수 수색을 벌이기 전에 집에 있던 보물 발굴 관련 서류와 장부 및 예금통장 등을 빼돌리고 자금관리인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자금을 수차례 세탁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형택씨 관련 계좌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1억2000여만원과 1000만원 단위 현금이 입출금된 것을 발견하고 정밀 계좌 추적을 실시하는 한편 이형택씨를 상대로 출처와 사용처를 집중 추궁중이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해저 보물 발굴 사업 수익금의 15%를 받는 대가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해군 등 국가기관에 사업 지원을 요청한 혐의로 이날 오전 이형택씨를 긴급 체포했다. 특검팀은 이형택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31일 청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또 이씨가 2000년 11월 발굴 사업 수익의 15%를 받기로 약정한 것은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국정원 등에 대한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한 대가였다는 것이 대부분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씨의 동화은행 후배인 허씨와 이용호씨를 동시에 불러 3자 대질 신문을 벌였으며 이들의 금전 거래 관계도 조사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2000년 5월 이용호씨에 대한 진정사건 내사 당시 서울지검 3차장이었던 임양운(林梁云) 전 광주고검 차장을 이날 소환해 수사진행 상황을 유출한 경위와 사건 무마를 지시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임 전차장을 귀가시켰다.
한편 이형택씨는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며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씨의 변호인들은 “이씨가 국가기관에 사업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용호씨 주가조작 이전의 일로 특검 수사 범위가 아니다”며 이날 오후 특검팀에 이의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씨의 이의신청서와 의견서를 24시간 안에 서울고법에 제출해야 하며 법원은 48시간 내에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