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관공서 축하화분 배달 골머리

  • 입력 2002년 1월 16일 23시 24분


‘공무원에게 배달되는 화환, 단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최근 공무원 인사철을 맞아 각 관공서에 축하화분 배달이 쇄도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할 마땅한 근거가 없어 감사담당자들은 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7월 청렴한 공직사회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부패방지법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데다 행정자치부가 ‘관공서 내 화환 반입금지’ 등 구체적인 시행규칙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고 화훼농민들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울산시의 경우 최근 정무부시장과 본청 및 구(군)청 국장급 50여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으며 경찰도 15일 총경급 인사에 이어 조만간 각 경찰서 과장급 인사를 할 예정이다. 세무서와 해양수산청 해양경찰서 등도 최근 기관장이 교체됐으며 검찰과 교육청 등도 곧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예정.

울산시청에는 인사가 시작된 이달초부터 축하화분 배달 차량이 연일 시청 주차장에 장사진을 치고 꽃 배달 직원들이 사무실을 분주하게 들락거리고 있다. 인사이동된 간부 공무원 한사람당 평균 30개 이상의 축하 화분이 배달됐을 것이라는게 직원들의 귀뜸.

울산시청 감사담당 직원은 “근무시간에 꽃 배달 직원들이 사무실을 드나들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민원인들에게 좋지 않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다만 ‘사무실로 화환이 배달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협조요청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꽃집과 화훼농은 모처럼만의 ‘공무원 인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울산 농소화훼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1년에 한두번 있는 인사철에서 조차 한 개 3∼5만원짜리 축하 화분까지 반입을 규제한다면 너무 지나치며 화훼농 육성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화환 반입 금지’조치를 하지 못하는 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