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VIP룸 ‘황태자’도 결국 ‘빈손’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26분


개장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온 강원 정선군 고한읍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웬만한 사람들은 접근하기 힘든 ‘통제구역’이 있다.

‘VIP룸’으로 불리는 카지노 2층의 이 곳은 ‘3000만원 이상을 예치하고 게임 실적 이외에도 매너가 깨끗하고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정회원 자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황태자’처럼 행세하는 이들 회원의 속을 들여다보면 매일 희비쌍곡선을 그리는 도박마니아들의 실상을 여실히 알 수 있다.

VIP룸에서는 호기롭게 한병에 150만원 짜리 외제 위스키를 마시고 4, 5명이 모여 100여만원어치 생선회를 먹는 것은 흔한 일.

하지만 이런 번듯한 외양과는 달리 이들 중 10억원 정도를 날린 사람만도 줄잡아 100여명에 이른다. 이쯤 되면 ‘매너’는 남의 일이 돼버린다.

11일 현장에서 만난 김모씨(50·서울)는 “2000년 10월 개장 이후 30억원을 잃었다”며 “돌이킬 수만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탄했다.

단골고객인 이모씨(48)는 “VIP룸의 출입자는 주로 자영업자로 처음에 여유 사업자금을 갖고 가벼운 마음으로 베팅을 하다 수천만원을 잃게 되면 사업의욕마저 꺾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하룻밤에 최대 10억원 가까이 잃거나 5억∼6억원을 따는 사람도 보았지만 일시적으로 돈을 딴다 해도 결국 쪽박을 차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VIP룸을 드나드는 단골고객 상당수가 이미 가산을 탕진하고도 발을 빼지 못하는 도박중독자이며 차마 집에 가지 못하고 4, 5명이 방 한 칸을 얻어 카지노를 왕래하기도 한다는 게 한 직원의 귀띔.

이렇듯 VIP룸에서 많은 돈이 오가는 것은 1층 객장과는 달리 베팅액 제한이 사실상 없기 때문. 한 번 베팅에 2억원이 오가기도 한다.

하루 평균 60여명밖에 출입하지 않지만 이들이 잃는 돈은 평균 5억원 내외로 하루 2400여명이 찾는 1층 일반 객장의 37% 정도이다.

정선〓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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