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능 동점자 처리 혼선…성적자료 소수점이하 없애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06분


2002학년도 대학 정시모집부터 각 대학에 제공된 수험생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한 정수로 제공돼 동점자가 속출하자 대학들이 동점자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 개인별 성적표에는 원점수를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표기했지만 대학에 제공하는 성적 자료에는 ‘소수점에 의한 학생 줄 세우기를 막는다’며 소수점을 반올림한 정수로 자료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 수능 영역별 합산 점수가 높은 수험생이 떨어지고 낮은 수험생이 합격하는 사례들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27일 수능 영역별 점수를 기준으로 1단계 합격자를 선발한 서울대에는 합격자 발표 이후 “개인별 성적표 점수가 나보다 낮은 학생은 붙었는데 왜 나는 떨어졌느냐”는 내용의 항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시 관계자는 “대학에서는 수험생들의 소수점 이하 점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합격자를 발표한 한양대의 경우 서울캠퍼스에서만 동점자가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94명이 나왔다. 특히 논술 없이 수능과 학생부 성적만 반영한 이공계에서는 동점자가 66명이나 됐다.

동점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자 각 대학들은 수능 이외의 반영요소의 변별력을 높이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려대는 면접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100점 만점에 기본점수를 20점으로 낮추고 점수를 5등급으로 세분화해 채점한 뒤 합격자를 발표했다.

연세대도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영역 성적과 논술 성적 등을 소수점 이하 두 자리 이상까지 계산해 동점자를 줄이기로 했다.

성균관대도 논술의 기본점수를 지난해 100점 만점의 70점에서 올해는 50점으로 낮추고 등급간 격차도 지난해 0.5점 단위에서 0.1점 단위로 세분화했다. 한편 대학들은 동점자를 모두 합격 처리하는 대신 2003학년도 모집정원을 줄인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고교 2학년생들 사이에서는 “정원이 줄어 우리만 손해보게 됐다”며 “개인 성적표와 대학에 제공하는 성적을 동일하게 해야 논란이 없어진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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