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씨 해외도피 파장]"몸통 감추려는 도피방조 아닌가"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8시 03분


‘진승현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인물로 알려진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가 해외로 도피함에 따라 이 사건 재수사도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씨는 지난해 1차 수사 당시 진승현(陳承鉉)씨에게서 12억5000만원을 받아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과 국가정보원 경제과장 정성홍(丁聖弘)씨에게 로비자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해 재수사의 초점이 된 인물이다.

그러나 김씨를 통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김씨가 귀국할 때까지 규명하기 어렵게 됐으며 이에 따라 검찰 재수사도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용두사미가 되는 재수사〓검찰은 재수사 착수 당시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5000만원과 정씨에게 빌려줬다는 4000만원 등 김씨의 진술 내용을 주요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수사팀은 초반에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과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의 금품수수 의혹을 새로 규명하며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김씨가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는 초기에 설정한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채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핵심 로비스트인 김씨를 조사하지 않고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가 모두 ‘추정’으로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8일 김 의원을 불러 조사하다가 소환 당일 돌려보낸 것도 금품 전달자로 알려진 김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재수사도 미궁에?〓지금까지의 재수사 결과를 볼 때 이번 사건의 전체 ‘그림’과 본질적인 ‘의혹’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검찰은 인터폴 수배 등으로 김씨의 귀국을 압박하는 한편 김 전 차장, 진씨, 정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들의 역할 규명과 ‘진승현 리스트’ 등에 대한 의혹을 계속 규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사건 전말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김 전 차장과 정씨를 압박할 여력과 의지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30일 “남은 의혹에 대한 규명은 솔직히 어렵다”며 “다들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인지 김 전 차장과 정씨는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고 진씨는 눈치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김씨의 해외도피 사실이 밝혀진 이후 검찰이 정관계 로비와 구명 로비 등 사건의 ‘밑그림’도 그려지기 전에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고 의혹이 또 불거지면 3차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