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조선족 유학생 권성호 부부 "열심히 노력할께요"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9시 23분


"한국에만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밀입국하는 조선족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어디에 살든 계획을 잘 세워 열심히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경북 경산시 대구대에 유학 중인 조선족 교포 권성호(權成浩·30·정보통신공학과 박사과정) 방채홍(方彩虹·30·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부부.

권씨는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7년간 교수생활을 하다가 99년 4월 대구대로 유학왔다. 부인 방씨는 지난해 5월 대학원으로 진학하면서 남편과 합류했다.

"얼마전 조선족 수십명이 밀입국 과정에서 수장된 사건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한국에서도 돈 벌기가 결코 쉽지 않잖아요. 밀입국 소개비로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모험하는 것보다 중국에서 열심히 사는 게 훨씬 나을 거예요."

중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던 권씨는 우리말이 유창하지만 방씨는 지난해 처음 올 때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1년반이 지난 지금 방씨의 한국어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

옌볜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방씨는 졸업 뒤 월급이 많은 외국무역회사에서 일했지만 포남편을 따라 한국에 유학,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세익스피어를 전공하고 있다.

"한국이 점점 좋아져요. 열심히 노력한 만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잖아요. 자유스러운 대학 분위기도 좋습니다. 중국 대학에서는 남녀 학생끼리 팔짱을 끼거나 술을 마시는 건 상상도 못하거든요."

학교측의 배려로 외국인강사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권씨 부부는 공부하느라 새벽 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날이 거의 없다. 당연히 학과 성적도 최우수급이어서 2∼3년 만 더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 고향으로 돌아가 중국의 정보통신 분야를 이끌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방씨는 "요즘 대구대와 대구 경북 지역을 중국에 알리는 중국어 홈페이지를 만드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며 "한국과 중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산=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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