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모씨 빌린 돈 로비자금 사용여부 관심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8분


한국은행 출신으로 모 시중은행 감사를 지낸 허모씨가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 가족한테 빌렸다는 7억원의 ‘정체’는 무엇일까.

서울지검은 19일 “허씨는 진씨 아버지의 오랜 친구로 7억원을 빌린 뒤 주식투자로 대부분을 날렸고 지난해 진씨측 요구에 따라 1억5000만원을 MCI코리아 회장이던 김재환(金在桓)씨에게 대신 갚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씨는 20일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수사 때 검찰로부터 확인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허씨는 이어 “20년 친구인 진씨 아버지로부터 지난해 3월 2억원을 빌렸지만 모두 갚았을 뿐만 아니라 진씨측은 내가 돈을 어디에 썼는지 알지도 못한다”며 “검찰이 무슨 근거로 그런 발표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검찰은 이날 슬그머니 태도를 바꿨다. 서울지검 박상길(朴相吉) 3차장은 “지난해 수사검사가 ‘그랬을 것’이라는 기억을 말한 것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물러섰다. 기자들의 구체적인 질문에는 “수사의 핵심이 아니다”라는 말로 피해갔다.

결국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인지는 향후 검찰수사에서 밝혀지게 됐다.

그러나 만약 검찰의 설명대로 허씨가 7억원을 빌린 것이 맞다면 허씨는 ‘차용증도 없이 7억원을 빌린’ 경위와 사용처를 설명해야 한다.

검찰 주변에선 “허씨가 금융감독원의 중추를 이룬 은행감독원과 한식구인 한국은행 출신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로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진씨는 지난해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리젠트종금 편법대출 △2차례에 걸친 열린금고 불법대출 적발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처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던 처지였다.

허씨를 잘 아는 이들은 그가 마당발인데다 전남 Y고 출신이라 한국은행의 국회 접촉 창구역을 맡은 적이 있어 정치권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금고에 대한 검사를 직접 했지만 허씨가 관련됐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로비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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