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수지 金’ 사건 전모 알고 있었다

  • 입력 2001년 11월 15일 01시 36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87년 1월 발생한 ‘북한 공작원에 의한 홍콩교민 윤태식(尹泰植)씨 납북미수 사건’이 윤씨가 부인이었던 김옥분(金玉分·일명 수지 김)씨를 살해한 뒤 납북미수 사건으로 위장한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사건 발생 초기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당시 수사기록의 내용 등을 15일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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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당시 안기부가 윤씨에게서 부인 김씨를 살해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묵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한 국정원 관계자가 전했다.

당시 안기부의 조사 기록에 따르면 윤씨가 87년 1월 “북측에 의해 납북될 뻔 했다가 탈출했다”고 기자회견을 한 뒤 김씨의 시체가 발견되자 안기부는 윤씨를 조사해 범행을 자백받았지만 윤씨의 범행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는 등 은폐했다는 것.

국정원 관계자는 “대북 관계와 변화된 시대 상황 등을 고려해 처음에는 과거의 잘못을 묻어두려 했으나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가의 장래와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안기부가 윤씨의 범행을 묵인한 것은 당시 시대 상황과 국내외 사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은퇴했고 사건 은폐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도 모두 지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13일 김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윤씨를 구속기소하면서 “윤씨가 87년 1월 사건 발생 후 홍콩에서 귀국해 3개월간 안기부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 어떤 진술을 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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