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은성 차장에 돈줬다"…정현준게이트 연루 이경자 진술

  • 입력 2001년 11월 14일 06시 20분


‘정현준(鄭炫埈)게이트’ 사건 관계자가 지난해 9월 김은성(金銀星·56)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1000만원을 줬다고 수사검사에게 직접 진술하고 검찰이 이를 진술조서로 작성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이 진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정원 관계자들이 ‘진승현(陳承鉉)게이트’와 ‘이용호(李容湖)게이트’를 포함한 이른바 ‘3대 게이트’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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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간부 금품수수의혹 파문

13일 검찰 국정원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 사장(33·수감중)의 불법대출 사건으로 구속된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7·수감중) 부회장은 “김 차장에게 2000년 9월 1000만원을 줬다”고 지난해 12월 정씨 사건 수사 검사에게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당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커피숍에서 회사 직원의 소개로 김 차장을 만나 ‘사업이 잘 되도록 돌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고 수사검사는 이 진술을 조서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를 김 차장에게 소개한 동방금고 직원은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는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잠적한 상태다.

서울지검 특수2부 수사팀은 당시 이씨에게서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김형윤(金亨允·53·수감중) 전 국정원 경제단장에게 5500만원을 줬다는 진술도 함께 받았으나 검찰 지휘부와의 의견차 때문에 10개월 동안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했었다.

검찰은 본보의 9월18일자 수사중단 압력 의혹 보도 이후 수사를 재개해 지난달 5일 김 전 단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씨가 돈을 줬다는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았고 현장에 있었던 이씨 회사 직원이 잠적해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취재팀은 13일 오후 김 차장의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국정원측에 전화를 걸어 해명을 구했으나 연락과 답변이 없었다.

김 차장은 또 지난해 12월 검찰이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씨 금융비리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진씨에 대한 수사 상황을 문의해 진씨의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차장은 진씨 금융비리 사건에서 진씨의 로비 창구로 알려졌던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씨(56)를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폭행했다는 의혹도 일부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씨가 마치 국정원이 진씨의 로비 대상인 것처럼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는 얘기가 있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경고하기 위해 접촉한 적은 있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또 지난해 “김씨가 진씨를 사윗감으로 소개해 잠시 관심을 가진 적은 있지만 구명운동을 벌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위용·이명건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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