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지 김 살해 혐의 14년만에 구속발표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4시 20분


검찰, 수지김 살해사건 발표
검찰, 수지김 살해사건 발표
수지김 사건관련 검찰 기자회견 87년 1월 홍콩에서 발생한 '수지 김 살해사건'과 관련, 그를 살해한 혐의로 남편이던 윤태식씨가 14년여만에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87년 당시 윤씨는 "북한 공작원인 수지 김씨의 위장결혼과 북측 공작에 의해 납치됐다가 탈출했다"고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서울지검 외사부는 "수지 김씨 가족의 고소로 수사한 결과 윤씨가 당시 수지 김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윤씨를 지난달 말 구속한 뒤 13일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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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 김 살해사건 일지]

▽사건 개요= 윤씨는 87년 1월 싱가폴 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북한에 납치될 뻔 했으나 탈출했다"고 신고한 뒤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안기부는 윤씨의 진술을 근거로 수지 김씨가 북한 공작원으로 윤씨와 위장결혼했으며, 윤씨는 1월4일 북측의 공작에 의해 싱가폴에서 북한측에 납치됐다가 다음 날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에 성공해 한국대사관으로 피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뒤 수지 김씨가 홍콩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됐고 홍콩 경찰은 윤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홍콩에서 장기 체류할 자격을 얻고 수지 김씨가 접대부 생활을 하며 번 돈을 사업자금으로 이용하기 위해 홍콩 정식 거주 자격이 있는 수지 김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윤씨는 성격 차이로 수지 김씨와 자주 다퉜고 수지 김씨가 예상만큼 많은 돈을 갖고 있지 않아 갈등이 증폭되던 중 부부싸움을 벌이다 둔기로 수지 김씨의 이마를 때리고 끈으로 목을 졸라 수지 김씨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윤씨는 그 뒤 한국에서 영화 관련 사업을 하다가 92년 8월부터 93년 1월까지 방송국 직원들의 신분증과 재직증명서 수십장을 위조, 신용카드 수십장을 발급받아 수억원을 쓴 혐의로 94년 2월 구속기소돼 96년 7월까지 수감생활을 했다.

윤씨는 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분양한다는 사기행각도 벌여 사업 경비 명목으로 투자자에게서 1000만원을 받아 썼으며 중국의 모 업체가 제조한 위조지폐 식별기계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개발한 것처럼 속여 투자자에게서 5000만원을 받아 쓴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 홍콩 경찰은 87년 당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지명수배했으나 한국에서는 윤씨의 살인혐의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살인 혐의로 윤씨가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던 수지 김씨의 가족들이 지난해 3월 언론 보도를 통해 윤씨가 잘나가는 사업가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고소를 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김씨 가족들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홍콩 경찰 수사기록을 해석한 소명 자료와 함께 주간동아의 기사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자료를 모아 검찰에 제출했다.

수사가 본격화하자 윤씨는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출국금지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도주의 기회를 노렸으나 결국 살인혐의가 입증돼 10월26일 구속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윤태식씨는 누구인가= 생체인식 관련기술을 개발한 유망 벤처기업의 연구원장으로 주목을 받아온 인물.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중학교 1년 중퇴 학력임에도 육사 또는 3사를 졸업해 대위로 예편한 것으로 꾸민 윤씨는 83년 중국 민항기 납치사건 당시 대통령 특사로 대만 외교부장과 담판을 벌였다는 등 거짓말을 하고 다녔으며 유령회사를 만들어 주위사람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당시 안기부는 윤씨에게 속았나= 공소장의 혐의 사실이 진실이라면 안기부는 윤씨에게 속았거나 사건을 조작한 셈이 된다.

사건이 발생한 87년 1월 당시는 민주화 운동이 불길처럼 번지던 시점으로 안기부로서는 윤씨의 북한 납치 시도를 국내용으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안기부가 윤씨에게 완전히 놀아났다"며 "안기부는 홍보 효과 때문에 윤씨의 기자회견을 하는 등 열을 올렸으나 수지 김씨의 시체가 발견된 뒤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진호 동아닷컴기자>j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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