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소음…체증… "서울은 공사중"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33분


27일 서울 종로구 원남고가차도. 고가차도 정비공사를 위해 도로 주변에 철구조물을 세워놓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주변에 세워진 승용차와 오토바이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사하니 먼지와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기수씨(53)는 “장마가 끝난 뒤 한달 내내 공사가 계속되면서 먼지가 많이 날려 한여름에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국대 앞 한남동 로터리 공사 현장. 굴착기 덤프트럭 등 공사 장비들이 공사장 주변에 서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남산에서 한남동으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에서 도로포장공사 지하철공사 통신관로공사 등 크고 작은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 도심 곳곳이 파헤쳐지면서 공사장 주변 주민들은 소음 먼지 등 공해에 시달리고 공사장 주변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교통체증에 짜증을 내기 일쑤다.

장마철인 7월 한달간 서울시가 도로 지반 침하와 부실시공을 우려해 포장도로에 대한 굴착 공사를 전면 금지했었다. 그러나 장마가 끝난 이달 초부터 그동안 미뤄졌던 각종 굴착공사가 ‘우후죽순’격으로 이어지면서 도심 도로 곳곳이 흉물스럽게 파헤쳐지고 있다.

특히 휴가철이 끝나면서 공사장 주변은 교통혼잡마저 더해져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는 7월 말까지 허가된 도로굴착 공사 건수가 2207건으로 총 공사구간이 28㎞에 이른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이달초부터 공사가 폭주하면서 무단굴착이나 복구지연 사태 등이 잇따르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현장을 관리할 수 없어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도 소규모 굴착공사로 파헤쳐지거나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는 10m 미만의 소규모 공사가 1964건으로 전체 공사 건수의 8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구청에는 공사안내판을 설치하지 않거나 야간공사시 소음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4동 삼풍아파트 주민 구온회씨(53)는 “지역난방 배관공사를 한다며 단지 내 곳곳에서 도로를 파헤치다 보니 낮에는 소음 때문에 집에 있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공사로 민원이 늘고 있지만 서울시로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구청마다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중복되는 공사는 병행시공을 유도하고 있지만 기관마다 자체 계획에 따라 공사하기 때문에 협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내 도로굴착공사 건수는 8만5093건으로 하루 평균 233건의 도로 공사가 시내에서 벌어졌으며 올 상반기에는 3만5000여건의 도로굴착 공사가 승인됐다.서울시 관계자는 “굴착공사에 교통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공사에 따른 교통혼잡비용을 부과해 도로점용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윤철·김현진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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