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유족 돈 안받고 운전자와 합의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18분


“아버지의 죽음을 돈과 바꿀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도 가해 운전자에게서 한푼도 받지 않고 선뜻 합의를 해준 유족이 있다. 경남 마산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유모씨(48)의 아버지(80)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은 1일 오후 1시경. 유씨의 아버지는 마산시 월남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위반 레미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장례를 마치고 7일 경찰서에 나온 유씨는 “가해 운전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돌아가신 마당에 합의금을 받아 뭘 하겠느냐”며 아무런 조건 없이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유씨는 “가족회의에서 대가 없이 합의해 주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 운전자인 김모씨(45)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지만 유씨는 선처를 당부했다.

두 딸을 키우며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가해 운전자의 부부는 유씨 가족의 ‘선처’에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백배사죄해도 모자라는 마당에 너그럽게 용서해 준 유족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 사건을 맡은 마산 중부경찰서 정설헌(鄭說憲·40) 경장은 “교통사고 조사를 4년여 동안 담당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각박한 세태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은 이 경찰서의 한 경찰관이 인터넷을 통해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해 알려졌다.

<마산〓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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