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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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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침수 지역인 경기 연천군 연천읍 연천리 한탄강 국민관광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승규씨(52)의 하소연. 30일 오전 침수에 대비해 1층 가게의 집기들을 2층 옥상으로 옮겨놓고 텅빈 유원지를 바라보는 이씨의 표정에는 ‘망연자실’만이 남아 있었다. 지난주 일요일 폭우 때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기를 2층으로 옮겨놓은 뒤 영업을 위해 한 주일 내내 정리를 했는데 또 ‘이사’를 하게 됐던 것이다.
그는 “침수 피해는 보지 않았지만 내내 불안에 떠느라 장사는 포기한 상태”라며 “더 이상 이겨낼 방법이 없어 내가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1층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찬 뒤 30일 오후 물이 빠지자 주차장은 쓰레기와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물놀이용 ‘오리보트’들도 뒤집히거나 쓰러진 채 진흙바닥에 뒹굴고 있어 정상 영업은 아득해 보였다.
다행히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이사’를 도와주고 있지만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수해 때문에 상인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미식당 김영순씨(48·여)는 “비만 오면 짐을 싸는 버릇이 생겼다”며 “피해 다니기만 해야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세탁기와 냉장고 등 덩치 큰 가전제품은 아예 트럭에 실어놓고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있었다.한탄강이 위험수위인 6m를 넘어 한때 9m를 위협하자 상습 침수 지역인 연천군 청산면 백의2리와 장탄1, 2리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공무원들이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 연천군 주민들은 이번에는 큰 피해를 면했지만 해마다 반복된 수해 때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또 이날 오전 6시경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 청산산업 채석장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조립식 사무실에서 잠자던 김형오씨(42·전남 장성군 황룡면)와 김영미씨(42·여·경기 동두천시 소요동)가 숨지고 유흥재씨(45)는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천〓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