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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15일 2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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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적인 폭우로 서울지하철이 물에 잠겨 운행이 중단됐고 주택 2만1144가구가 침수돼 4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서울에는 15일 오전 2시10분부터 1시간 동안 99.5㎜의 비가 양동이로 들이붓듯 쏟아져 광화문 등 중심가의 빌딩과 시내 곳곳의 주택이 침수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서울의 시간당 최대강수량(99.5㎜)은 1942년 8월5일(118.6㎜)과 1964년 9월13일(116.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37년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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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5일 하루 서울의 강수량 273.4㎜는 1907년 기상관측 이래 5위의 기록이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강수량은 서울 310.1㎜, 인천 220.5㎜, 춘천 217.3㎜, 동두천 175.4㎜, 홍천 168.0㎜ 등이다. 강원 영동지역도 15일 오후부터 장대비가 내려 50∼100㎜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충청과 호남지역에는 20∼60㎜의 비가 내렸다.
사망 및 실종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사망 26명, 실종 2명 △경기 사망 10명, 실종 12명 △인천 사망 4명 등이다. 또 사망 및 실종자를 원인별로 분석하면 △주택침수 11명 △감전사 19명 △건물 및 경사면 붕괴 5명 △하천급류 16명 등이다.
한편 서울 등 피해지역 주민들은 15일 새벽 집중 호우가 계속됐는데도 행정당국이 배수펌프를 제때 작동하지 않는 등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더 큰 피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 배수로의 빗물처리 용량은 10년에 한번꼴로 예상되는 시간당 74㎜의 집중호우를 기준으로 설계됐다”며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질 경우 처리용량을 넘어 빗물의 역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이날 오전 3시10분경 서울 관악구 신림6동 시장골목에서 물이 범람하면서 떠내려온 차량이 상가 내 맥주집 가스통을 들이받아 화재가 발생하면서 오모씨(62) 등 3명이 숨지는 등 신림동 일대에서만 1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경기 안양시에서는 이날 오전 6시10분경 안양유원지 인근 삼성천이 범람해 안양2동 33의 6 저지대 연립주택 안태석씨(51) 집이 물에 잠기면서 안씨의 부인 이정이씨(52)와 이 집 지하 1층에 세들어 살던 이은희씨(42), 최민경양(10) 모녀 등 두 가족 3명이 숨졌다. 주말 행락객이 많이 몰린 경기 가평군에서는 이날 오전 1시부터 4시반까지 상면 덕현리 녹수계곡 녹수동산에서 야영을 하던 김동철(13), 동준군(10) 형제 등 4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실종되는 등 경기지역에서는 이날 12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지하철 운행 중단 및 도로 침수〓서울 지하철도 곳곳에서 운행이 중단됐으나 7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복구됐다.
이날 오전 3시반경 지하철 7호선 고속버스터미널 역이 물에 잠겨 7호선 청담∼보라매역 구간 12개 역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서울시가 긴급 현장복구에 나서 보라매∼내방역 구간 7개 역은 이날 오전 10시55분경 정상 운행에 들어갔지만 나머지 청담∼고속터미널역 구간 5개 역은 16일 오후에나 정상 운영될 전망이다.
▽재산 피해〓서울 동대문구 이문동과 장안동 5200가구를 비롯해 영등포구 영등포동, 대림1∼3동, 신길5동 등 서울 전역에서 주택 9775가구가 침수됐다.
경기지역에서는 광명시 등 19개 시 군에서 주택 3615가구가 침수, 429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포천 등 8개 시군에 걸쳐 870㏊의 논밭이 유실되고 비닐하우스 108동이 파손됐다.
<정연욱·김준석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