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재건축 방치 이웃들 "집붕괴" 대책 호소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45분


지하 1층 지상 14층 91가구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건설공사가 터파기 공사 도중 중단돼 인근 주민들이 장마철에 자신들의 집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서울 양천구 목4동 765의 7, 8 G연립 재건축 현장. 대지면적 3181㎡(약 1000평)의 땅이 5m 가량 파헤쳐져 뻘건 진흙이 빗물과 뒤섞인 채 3개월째 방치돼 있다. 더구나 터파기 공사마저 이웃 주택에 대한 안전조치없이 날림으로 해 주변의 담들이 마구 갈라져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 천장과 방바닥 등이 갈라지고 건물이 내려앉아 생명에 위협을 받는 지경”이라며 안전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계기관 측은 “안전성 문제는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아파트 공사장 이웃의 주택들은 방문이 제대로 닫히는 것이 거의 없다.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었기 때문. 장판을 들추자 방바닥도 갈라져 있어 굴곡이 심했다.

비가 새 옥상에 방수용 페인트를 칠했다는 이묘순씨(65·여)는 빗물에 얼룩덜룩해진 집 천장을 보여주며 “비만 오면 언제 집이 넘어갈지 몰라 겁이 나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집에 세든 여섯 가구가 모두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위험한 집에 계속 살라고 하기도 어려워 모두 월세로 전환해줬다”고 말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온인순씨(78·여)는 “며칠전 집 보수를 위해 건축업자를 불렀더니 깜짝 놀라며 ‘큰비가 오기 전에 빨리 집을 비우라’는 말을 했다”며 불안해했다. 온씨 집 역시 마당 담 집안 등 성한 곳이 거의 없었다.

재건축 조합장 오용석(吳溶錫·59)씨는 공사장 주변 소방도로의 아스팔트가 심하게 벌어지고 울퉁불퉁해진 모습을 가리키며 “이 밑에는 도시가스 배관이 있어 방치하면 폭발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곳 공사 현장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공사를 책임진 H산업개발의 송모 대표이사가 조합원들로부터 1차 선수금 3억9000여만원을 받은 후 잠적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하청 건설업체에 공사를 대행시킨 후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다.

관할구청인 양천구청 관계자는 “공사현장의 공정을 관리하는 감리사무소에서 어떠한 문제점도 지적받은 바 없다”면서 “터파기 공사를 하다 보면 이웃집이 약간의 피해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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