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씨 영장청구 안팎]PCS 수사 '반쪽' 전락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검찰이 1일 구속영장을 통해 밝힌 이석채(李錫采)전 정보통신부장관의 혐의내용은 98년 환란(換亂)수사 당시 그렸던 ‘큰 그림’의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이전장관이 LG텔레콤측에서 3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LG텔레콤이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청문심사 채점방식을 바꾸었다는 것이 당시의 의혹.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는 사실상 떨어질 수 없는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뇌물수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직권남용 혐의만을 걸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검찰이 이전장관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는 두 가지.

96년 당시 이전장관이 현대증권에서 일하는 친구의 계좌에서 3000만원을 송금받았다는 것과 98년 소환된 정장호 당시 LG텔레콤 부회장이 한차례 뇌물공여 사실을 시인했다는 것.

그러나 정전부회장은 98년 검찰에서 풀려난 직후부터 “우선 검찰청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또 현대증권에서 일하는 이전장관의 친구는 “이전장관이 맡겼던 돈을 고객 명의로 예치했다가 본인의 요청에 따라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번에 정전부회장 등 관련자들을 재소환해 조사했지만 “3000만원은 내 돈”이라는 이전장관의 주장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직권남용 혐의만으로는 영장발부 가능성이 적은 반면 ‘문민정부 최대의 비리사건’ 주인공이라던 이전장관을 ‘훈방’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직권남용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함으로써 고민과 부담을 일단 법원에 떠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끝까지 심사숙고했지만 채점방식 변경이 장관의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라고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인 직권남용죄를 직무유기죄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법원이 이전장관의 행위에 대해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판단해 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찰은 또 한차례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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