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부총리 편지 전문

  • 입력 2001년 3월 15일 12시 00분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2세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 여러분!

저는 지난 1월 말에 임명받은 교육부총리 한완상입니다.

새 학기를 맞아 먼저 여러분께 문안인사 드립니다.

저는 일찍이 교육자 가정에 태어났습니다. 교육을 위한 헌신과 봉사, 노력 속에서도 고뇌하셨던 아버님 모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로 사회나 국가가 교사들의 노고에 대한 응당한 예우를 못해주더라도 이름도 빛도 없이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수고하시는 여러분들에게 저는 존경의 마음으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부임하여 짧은 시간입니다만 그간 교육부가 해 온 일에 대해 열심히 익히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줄기차게 추진되어 온 교육개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 시행과정에서 학교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비판이 여러 갈래로 나타났던 것을 저는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교육현실을 보면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일들이 아직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교육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고들 합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도 합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지 않고,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곤 합니다. 단 얼마간 억울하다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도 사랑하는 제자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식 정보화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높아진 국민의 기대가 그간의 교육개혁을 통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고질적인 학벌중시 풍토에서 이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창의력이 넘치고, 온정적인 젊은이가 성공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저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애쓰시는 선생님 여러분!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 교직사회가 안정되고 선생님들이 자긍심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교단에 당당히 설 때 비로소 교육의 질은 높아지고, 학교교육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선생님들이 학교교육의 중심에 서서 사명감을 가지고 신나게 가르칠 때 학생들은 더욱 열심히 배우고 학부모와 온 국민들도 선생님들을 도와 보다 나은 내일을 창조하는 일에 나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 부임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선생님들이 각자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평생을 교육현장에서 살아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봉사의 삶과 거기에 따른 어려움과 고민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역도 그리고 교육개혁의 주체도 바로 선생님 여러분이라는 것을 더욱 절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교육정책을 이렇게 이끌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 교육현장의 의견 특히 선생님들의 생각과 관심을 존중하는 교육발전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선생님은 물론 국민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교육발전을 위한 선생님들의 참여를 존중하겠습니다. 각종 위원회에 선생님들의 참여폭을 더욱 넓히고, 우리부 인터넷 홈페이지를 비롯한 제반 정보통신 매체를 활용한 의견수렴 체제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둘째,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데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원정책을 펴나가겠습니다. 교원이 존경받는 사회풍토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선생님들의 사회적 권위를 높이는 일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교직은 소명이요, 성직(聖職)과 같은 존엄한 직책임을 강조하고 교직의 특수성을 국민들에게 설득시켜 나가겠습니다.

셋째, 선생님들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교재를 연구하고 교수활동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가급적 교육과 무관한 잡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넷째, 저와 우리부는 올해 시·도교육청 및 학교단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 나가겠습니다. 시·도교육청과 우리가 교사 위에 관료적으로 군림했던 지난 날의 풍토를 쇄신해 나가겠습니다.

오늘도 2세 교육에 헌신하고 계신 선생님 여러분!

지금 우리 교육은 어느 때보다도 국민 모두의 관심과 협력을 얻어내야 하는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국민들에게 진정한 희망과 신뢰를 심어주는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되고 있습니다. 이 요청에 적극 응답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도 바로 우리 선생님들의 몫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여러분!

저는 선생님 여러분을 믿습니다. 3월 새학기를 계기로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열정을 모아 봅시다. 우리의 단결된 힘으로 생동감 넘치는 학교를 만들어 봅시다. 사랑스런 제자들에게 창의적이면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풍성한 인성을 가르칩시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우리 제자들이 더 이상 폭력이나 따돌림에 시달리지 않도록 몸을 던져 따뜻한 학교공동체를 만들어 봅시다. 폭력은 교육의 공적(公敵)임을 잊지 맙시다.

학교는 교사들에게는 보람있는 일터가 되어야 하고 학생들에게는 신나는 배움터가 되어야 합니다. 창조적 학습과 창의적인 놀이가 어깨동무하는 곳이 바로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개인도 발전하고 나라도 번영하고, 민족도 평화롭게 서로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교단에 처음 섰을 때 가슴에 아로새긴 스승된 자부심이 이제 봄의 꽃처럼 여러분 속에서 다시 활짝 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보람찬 모습과 학생들의 신나는 모습 그리고 학부형들의 흐뭇해하는 모습을 저는 곧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을 보고 싶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에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하시고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2001. 3

보다 밝은 한국교육의 미래를 기대하며

부총리겸교육인적자원부장관 한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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