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돈 받은 정치인 소환조사-처벌 않는다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1분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김대웅·金大雄검사장)는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을 16일 저녁 전격 소환해 96년 총선 당시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에게 안기부 예산을 신한국당에 지원하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와 관련, 권씨의 변호인 정영일(鄭永一)변호사는 “김전차장이 청와대 혹은 여당 수뇌부와 협의해 한 일인지는 몰라도 권전부장이 안기부 예산 분배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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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의원에게서 당의 지원금으로 알고 안기부 돈을 전달받은 대부분의 정치인들에 대해 소환조사나 사법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날 밝힘에 따라 권전부장에 대한 조사도 이 사건의 조기 마무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신승남(愼承男)대검 차장은 이날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안기부 돈인 줄 몰랐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는 확인하되 본인에 대한 소환조사나 사법처리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차장은 또 “법률검토 결과 이들이 받은 돈에 대해서는 국고 환수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범으로 사법처리되는 정치인이나 안기부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돈을 받은일부 정치인의 경우 법무부에 통보해 받은 돈을 모두 국고로 환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안기부 돈으로 선거자금을 조성하고 분배하는 과정에 개입한 정치인의 경우 소환 조사해 국고횡령의 공범으로 사법처리키로 했으나 사안의 성격상 대상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에 지원된 돈에 대해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 1192억원이 95년 안기부 예산이라는 사실을 모두 믿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기부가 1192억원을 지원한 뒤 92년과 93년의 안기부 불용(不用)예산과 금융기관 이자 등으로 충당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이 아니어서 모르는 일이며 앞으로도 조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윤환(金潤煥)민국당 대표는 “강의원에게서 당 총재 자격으로 2억∼3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공개한 것이지 검찰이 수사결과로 밝혀낸 사실을 시인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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