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통금' 사흘째…제설제도 바닥

  • 입력 2001년 1월 9일 18시 56분


9일에도 큰 눈이 내려 7일의 폭설과 뒤엉켜 얼어붙으면서 도로와 공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폭풍으로 뱃길마저 끊겼다. 강원도의 고갯길이 전면 통제됐을 뿐만 아니라 도심교통도 마비됐다.

이 때문에 이날 논술고사를 치른 서울대 서강대 동국대 등 몇몇 대학은 시험시간을 30분씩 늦추기도 했다. 한 마디로 ‘설상가빙(雪上加氷)’이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긴급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크리스마스 이후 계속된 눈으로 염화칼슘 등 제설제를 상당 부분 써버려 큰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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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피해 2700억 넘어▼

▽피해 얼마나〓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번 폭설로 주택 46동, 축사 2361곳, 수산양식시설 7793곳, 비닐하우스 2774㏊가 파손되고 200여만마리의 가축이 폐사하는 등 9일 오후 4시 현재 총 2706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및 산간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오후 들어 해제됐다. 남해와 서해 등 해상에는 폭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재해대책본부는 건설교통부 농림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교통소통 및 농산물 피해 등 예방대책을 강화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인제~속초 사흘째 통금▼

▽육해공 교통마비〓진부령 대관령 한계령 등 강원 영동∼영서를 잇는 대부분의 고갯길에서 체인 등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들의 진입이 통제됐다.

철원과 화천을 잇는 56호선 국도 수피령이 9일 정오 전면 통제됐으며 인제∼속초간 미시령은 사흘째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은 전면통제 사흘만인 9일 오전 2시 통행이 재개됐으나 또다시 내린 눈으로 차량들이 거북운행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이날 논술고사를 치른 서울대 주변 봉천사거리와 신림사거리 일대는 차량이 꽉 막혀 일부 수험생은 늦지 않기 위해 서울대전철역 입구에서 고사장까지 3∼4㎞를 뛰어 입실하기도 했다.

선박운항도 큰 차질을 빚었다. 해운조합본부에 따르면 9일 인천 목포 등의 연안여객선은 89개 항로에서 총 395회 운항될 예정이었으나 폭설 및 높은 파도로 22개 항로, 85회 운항이 통제됐다. 인천항에서는 하역작업이 대부분 중단됐다.

여객기는 거의 꼼짝못해 항공마비사태가 사흘째 계속됐다. 한국공항공단과 항공사들에 따르면 9일 오전 6시20분 서울발 제주행 대한항공 KE1299편이 정상 출발하는 등 김포공항 국내선이 일시적으로 운항됐으나 또다시 눈이 내리면서 결항 지연사태가 속출했다.

대한항공이 오전 8시40분, 아시아나항공이 오전 9시부터 탑승수속을 받지 않는 등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해 한때 국내선 179편 중 50편만이, 국제선은 287편 중 149편만이 운항됐으나 오후 5시부터는 강릉을 제외한 국내선과 국제선 여객기 운항이 재개됐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김포공항 활주로의 얼음을 제거하는 데 시간이 걸려 항공기의 정상운항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주 국제공항도 지연 및 결항이 속출한 가운데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제주공항에 모인 관광객 등 2000여명이 항공사 발권창구에서 항의하거나 신문지를 깔고 화투판을 벌이는 등 여객대합실은 하루종일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제설제 절반이상 써▼

▽제설작업 차질〓연일 눈이 내리자 경찰청은 9일 전국 일선경찰서에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제설작업과 설해방지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일제히 눈치우기 작업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조달청을 통해 확보한 1만2000t(25㎏들이 48만포)의 염화칼슘 중 절반 이상을 쓰고 현재 21만여포만 남겨둔 상태이다.

경기 고양시에도 800여t 중 200여t만 남아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국산 염화칼슘 구매를 추진하고, 급한 김에 소금을 뿌리는 등 ‘응급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이슈부·사회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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