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동 신년하례식 분위기 침울

  • 입력 2001년 1월 4일 18시 50분


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단체 공동 신년하례식. 시민단체협의회 산하 67개 단체 시민운동가 200여명이 모인 이 자리는 ‘NGO 세기’의 신년하례식답지 않게 분위기가 무거웠다.

대표적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공기업에 후원금을 요구한 사건이 이날 아침 언론에 공개되면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이 시민단체 전체에 쏠렸기 때문. 최인기(崔仁基) 행정자치부 장관이 축사를 하는 중에도 일부 활동가들은 회의장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렸다.

이석연(李石淵) 경실련 사무총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오비이락이었지만 이 일로 시민운동가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총장은 이에 앞서 경실련 사무실에서 ‘일처리 미숙’임을 인정하며 “앞으로 공기업의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하례식에서 참석자들은 이총장의 발언에 대체로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문제의 핵심은 경실련이 재정문제에 대한 일관된 원칙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지난해 총선연대활동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이 문제가 되자 경실련이 ‘앞으로 정부 돈을 안받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번에 공기업 후원금이 문제가 되자 ‘공기업 후원금은 받지 않겠다’고 또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의 한 활동가는 “아직도 장원(張元) 전 녹색연합 사무총장의 성추문 사건의 후유증에서 시민단체가 벗어나지 못했는데…”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올 겨울 추운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 사무처장은 “차제에 시민운동의 재정적 자립과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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