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파업 경찰투입 임박… 정부 "고객불편 방치 못한다"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8시 29분


22일 시작된 국민 주택은행 노조의 파업이 24일 현재까지 지속되면서 두 은행 영업점과 현금자동지급기(ATM)가 대부분 폐쇄되는 등 고객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공권력을 투입해 파업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할 방침이어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24일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시금석인데다 고객들의 불편이 커 파업이 장기화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혀 성탄절 연휴가 끝나기 전에 공권력을 투입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헬기를 동원해 두 은행 노조원 1만여명이 나흘째 농성중인 경기 고양시 일산의 국민은행 연수원에 “즉각 해산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려 강제 진압이 임박했음을 경고했다.

국민 주택 양 은행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파업 노조원들을 감봉 정직 등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주택은행 김정태(金正泰)행장은 23일 “26일까지 은행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직원은 규정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조 이용득(李龍得)위원장은 “경찰이 투입되더라도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며 “경찰이 강제해산시킬 경우 26일부터 서울 명동성당에 재집결, 28일 총파업때까지 농성을 계속하며 은행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측은 연수원 정문과 연수원 뒤 고봉산 주변에 배치된 파업사수대를 증강, 경찰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 차장급 1000여명은 24일 저녁부터 파업에 동참했으며 지점장 500여명으로 구성된 점포장협의회도 “국민 주택은행 합병은 노정합의를 위반한 것이어서 합병논의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은행 간부들의 이런 집단행동으로 인해 국민은행 590여개 영업점 대부분은 23일 문을 열지 못한데다 이날 오후부터 자동화기기(CD, ATM)에서도 현금을 인출할 수 없어 성탄절 연휴를 지내기 위해 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나연·이동영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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