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천막농성 '몸살' …성당, 철수요구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53분


'비켜주세요'
'비켜주세요'
성탄절을 앞둔 서울 명동성당이 한국통신노조의 사상 최대 천막농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8일 시작된 농성에는 1만여명이 참가하고 있고 지부별로 설치된 천막은 성당 입구부터 맨 뒤 계화초등학교 입구까지 빼곡이 늘어서 신도들의 통행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입구에서 성당사무실까지 120여m를 인파를 헤치며 걸어가는데 10분 가까이 걸릴 정도.

성당옆 가톨릭회관 앞에도 천막이 들어서 이 건물에 입주한 17개 일반 기업체들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며 분노하고 있다.

명동성당 농성은 노조 지도부만 참여하거나 천막 없이 하는 연좌농성이 대부분이어서 이번처럼 대규모 천막농성은 처음이라는 것이 성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당측이 입는 업무 차질은 심각하다. 성탄절을 앞두고 고백성사를 하러왔던 신자들의 90% 이상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신자들의 자발적 모임이 이루어지는 문화관은 노조원들의 난입으로 폐쇄됐다. 성탄행사 준비가 완전 마비됐고 성가대 연습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입구를 봉쇄당한 계화초등학교는 20일부터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신자 정태옥(鄭泰玉·68)씨는 “가톨릭회관쪽 담벼락은 이미 공중화장실로 변해 냄새가 코를 찌른다”며 “쓰레기 수거차가 못들어와 음식 찌꺼기 등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당측은 20일 농성 철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1시간 간격으로 “이런 농성은 성지와 신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방송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 노조측은 21일 “본의아니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나 공권력을 피해 성당을 찾은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이해해달라”는 성명을 전달했다.

김성만(金盛萬)부주임신부는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는 사회적 약자는 보호해야겠지만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싸우는 거대노조를 과연 약자라고 볼 수 있느냐”며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그들은 신자들을 또 다른 피해자로 만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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