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국선언' 시민들 큰 호응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8시 44분


광주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가 현 정부의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18일은 공교롭게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었다.

시민단체들이 이날을 택해 시국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진원지가 김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였다는 점에서 그 반향은 컸다.

미진한 금융구조조정과 국회파행 의료계파업 등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거론하며 부패 무능 가신정치 청산 등을 요구한 이 시국선언문의 전문이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올려진 이후 20일 현재 조회건수 250여건을 기록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이번 선언을 주도한 시민단체에 “용기있는 행동이었다”는 격려전화가 쇄도하는 등 ‘광주선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서울의 한 시민은 “지역민들이 현 정권에 맹목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시국선언으로 그동안의 오해가 풀렸다”며 “김대통령도 광주에서 터져 나온 시국선언에 대한 의미를 달리 해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국선언이 나온 이후 ‘여당 도시’ 광주의 반응도 대체로 “민심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게 주류를 이뤘다. 일부에선 “아무리 그래도 ‘무능정권’ 운운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있었지만 현 정부 비판론에 묻혀지는 분위기다.

한 시민은 “정권 출범이후 3년을 지켜보면서 시민들 사이에 때론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점차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며 “뒤늦게나마 시민단체들이 광주의 이런 정서를 대변해줘 김대통령이 내놓을 국정쇄신방안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광주시민행동’ 관계자는 “솔직히 다른 지역에서 느끼는 것보다 이 지역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더 큰 게 사실”이라며 “이번 선언은 현 정권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어린 충고이자 주춤거리고 있는 개혁작업에 대한 채찍질”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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