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전문가 기고]연령-성별 -성격 따른 소양교육 필요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00분


해마다 40만명 이상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법규를 위반해 면허를 정지 당한 뒤 운전소양 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많은 운전자가 소양교육을 받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없다. 국내 교통문화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인간이 가지는 인지적 편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과 관련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과속이나 끼어 들기, 난폭 운전, 갓길 주행 등을 하는 건 무척 급한 일이 있어서라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의 운전예절이 좋지 않아서라고 해석하는 식이다. 그래서 운전자끼리 삿대질을 하는 일이 생긴다.

법규위반은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운전자가 많다. 이렇게 생각함으로써 자신이 법규를 위반하는 데 대해 심리적 편안함을 갖는 것이다.

그뿐인가. 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신의 운전 솜씨가 다른 사람보다 더 좋다고 스스로를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유형의 운전자는 교통안전 교육이나 홍보가 자신과 관계없으며 다른 사람에게나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전띠를 매지 않고 음주운전을 한다.

운전자 소양교육은 이런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선진국처럼 연령 성별 성격 등에 따른 소집단을 만들어 이론과 실습교육을 시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교통법규를 위반했거나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의 운전태도와 성격을 파악해 그들을 설득하고 운전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신용균(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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