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기사고 풀리지 않는 4대 의혹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39분


청와대 경비단 총기사건은 경찰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이 사건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은 크게 4가지.

▽사건장소〓경찰은 사건발생 당일인 지난해 5월31일 ‘청와대 외곽 경비초소’라고 발표했다가 며칠후 ‘청와대 본관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300∼400m떨어진 경비초소’라고 했다. 그러다 13일 기자회견에서는 ‘청와대 본관에서 동남쪽으로 약 200m떨어진 3초소’라고 말을 바꿨다.

▽초동수사〓경찰은 사건당일 현장검증도 안하고 사진도 찍지 않은 채 가해자인 김모경장(26)의 진술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는 강력범죄 수사에서의 통상적 절차와는 완전히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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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해자 김모경장과 숨진 김모순경의 탄알집과 총기 모두에 대한 지문감식을 하지 않았고 두사람의 총기만 압수했다. 현장에서 탄알이나 탄피도 수거하지 못했다. 경찰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하루 뒤에야 현장검증을 했으며 당시 작업중이던 인부 2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벌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사망자의 아버지 김종원(金鍾元)씨는 14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탄피와 탄창에서 지문을 채취해달라고 했는데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건경위〓경찰은 처음에는 김경장이 자신의 권총을 손질하다가 오발, 동료를 쐈다고 했다가 몇시간뒤 ‘근무중 권총총열을 입에 넣은 상태에서 장난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겨 사망했다’고 정정 발표했다. 사망자의 아버지는“아들 손에 화약흔적도 없었고 총을 맞으면 쓰러져서 외상이 있어야 할텐데 얼굴과 머리에 외상이 전혀 없었다”며 “경찰은 가해자 김경장이 나더러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서로 친하다고 했는데 나는 김경장과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현 인천지검 임무영(林武永)검사(당시 서울지검 형사1부)는 “피의자 김모 경장에 대해 살인혐의를 추궁했으나 고의성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책회의 여부〓청와대 경호실, 경찰관계자들은 당시 대책회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사건발생 장소가 최초에 청와대 밖으로 발표된 점은 대책회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청와대 경내는 101경비단 책임이고 경호실도 연루되는 장소. 당시 김영화(金榮和)서울 종로서장(현 서울청 경비2과장)이 사건발생 장소를 청와대외곽이라고 한 것은 입을 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청와대 총기사건 쟁점별 비교

-99년 5월31일 경찰 발표13일 경찰 발표한나라당 제보내용
발생장소청와대 경내 본관서 동남쪽으로 500m 떨어진 경비초소200m 떨어진 3초소청와대 집무실에서 50m 떨어진 55초소
사건경위총기손질 중 오발사고장난하다 방아쇠 당김다툼 끝에 사살
초동수사언급 없었음사건발생 하루 뒤에야 현장조사
유가족 위로금3600만원3600만원무마조로 1억원(유가족은 3600만원 받았다고 인정)
대책회의부인부인있었음

▼희생경관 아버지 "현장검증 요구묵살 했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청와대 총기오발사고 사망자의 아버지인 김종원(金鍾元·사진)씨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처음부터 현장검증 등을 주장했지만 경찰이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했다”며 수사과정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아들의 사망이 타살이라고 보나.

“타살이라고 보지만 확증은 없다.”

―수사과정에 의문 나는 점이 있나.

“사고 후 경찰에 권총과 탄피 등에 대해 지문을 채취할 것과 현장검증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또 경찰 설명대로 아들이 총열을 손으로 잡았다면 손에 화약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없었다. 총을 맞고 쓰러지면서 생기는 외상도 전혀 없었다. 또 경찰은 처음에는 ‘총기 손질 과정에서 발생한 오발사고’라고 했다가 의문을 제기하자 ‘장난 도중 일어난 사고’라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가해자와 아들이 친한 사이였다고 하는데….

“수사기록에는 가해자가 우리 집도 여러 번 찾아온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나는 일면식도 없다.”

―경찰이 거액의 보상금을 건네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데….

“장례를 치른 뒤 돌아가려는데 당시 (김영화)종로서장이 직원들이 모은 조의금이라며 3000만원을 줬다.”

―아들의 동료들에게 사고상황을 물어봤나.

“장례식장을 찾은 동료들이 울분을 터뜨리며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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