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제전범법정 3일째]"東티모르에도 日위안소 있었다"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30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국제전범법정에서는 9, 10일 이틀간 일본 식민치하 아시아 각국 피해자의 증언과 전문가 발언, 당시 일본군의 증언과 검사의 논고가 있었다.

이틀간 증언한 피해자는 중국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7개국 출신.

중국의 양밍전(楊明貞·69)은 “1937년 일곱 살 때 난징(南京)을 점령한 일본군에게 어머니와 함께 강간당했다”면서 “어머니는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해져 곧 숨졌고 아버지는 일본군을 막으려다 폭행 당해 실명했다”고 말했다.

리슈메이(李秀梅·73)는 당시의 참혹한 기억을 떠올리며 증언하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증언에서는 동티모르 지역에도 일본군 위안소가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동티모르의 마루타 아부베레(70세로 추정)는 “집에서 위안소로 끌려가 3개월 간 밤낮으로 일본군의 성 노리개가 됐다”고 증언했다.

일본군은 동티모르에 최소한 13개의 위안소를 설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도네시아군의 성폭력 피해를 조사하던 동티모르 여성 연락협회가 밝혀냈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네덜란드인 양 루포 헬렌(77)은 일본군이 자바섬에 침공했을 때 억류당해 2개월 간 군대 위안부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헬렌씨는 92년 도쿄에서 열렸던 위안부 국제 공청회에서 네덜란드인으로서는 처음 증언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법정에는 유엔 동티모르 잠정 행정기구(UNTAET)소속 여성 판사 2명이 ‘검사’로서 일본의 범죄를 고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군위안부에 대한 국가 책임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일본측 전문가들은 “일본정부는 군대 위안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확실하게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법정은 11일 세계의 분쟁지역 거주 여성 12명의 증언과 ‘현대 분쟁하의 여성에 대한 범죄’ 공청회를 가진 뒤 12일 판결을 내리고 폐막한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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