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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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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이 밀려들 때면 서로 이름을 외쳐 불렀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3명씩 부둥켜안고 버텼다. 구조대에 ‘생존 신호’를 보내기 위해 돌아가며 망치를 두드리기도 했다.
뒤집힌 배 안에 갇혀 턱 밑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11시간여의 사투 끝에 선원 7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12명이 탄 경남 통영 선적 79t급 23천왕성호(선장 김종득·45)는 28일 오후 3시반경 전남 완도군 신지도 남쪽 5㎞ 해상에서 사고를 당했다. 이 배는 동중국해에서 잡은 꽃게를 가득 싣고 완도항으로 귀항하던 중 파나마선적 3096t급 컨테이너 운반선 한포호와 충돌한 직후 전복됐다.
당시 이 배에는 선장 김씨 등 6명을 제외한 김수영씨(34) 등 나머지 선원 6명이 지하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선원 김씨는 “‘꽝’ 소리와 함께 바닷물이 순식간에 무릎까지 차 올라 ‘이제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그나마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배가 전복된 지 11시간 반만인 이날 오후 5시경. 선원들이 선체를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목포해양경찰서 구조대는 배 안에 공기를 넣고 50㎝ 두께의 배 밑바닥 강판을 용접기로 절단했다.
구조대는 기관실 내에 웅크리고 있던 기관장 고호산씨(50)를 먼저 구조한 데 이어 29일 오전 3시경 강판을 뜯어내고 침실로 들어가 죽음 직전의 선원 6명을 구해 냈다.
그러나 선장 등 4명은 시체로 발견되고 1명은 실종됐다.
<완도〓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