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젠트 계열사 경영난으로 고전…주가 곤두박질

  • 입력 2000년 11월 28일 23시 08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한국 금융산업에 진출했던 리젠트그룹이 ‘진승현 게이트’에 관련돼 위기를 맞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i리젠트는 28일 거래정지됐으며 리젠트종금은 이날 지불불능상태에 빠졌다. 이날 리젠트종금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리젠트증권은 10.9%, 리젠트화재는 13.68%나 폭락했다.】

리젠트는 그동안 한국 금융산업에 ‘연착륙’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이 어려웠을 때 투자해 좋은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프루덴셜이나 AIG 등 외국 금융회사들이 제일투신이나 현대증권 등에 투자하려는 것도 리젠트의 성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리젠트가 흔들릴 경우 외자유치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리젠트 측은 이에 대해 주가조작 의혹에 따른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일 뿐이며 한국 투자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주가조작 의혹〓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이 검찰의 수배를 받고 도피 중에도 국도화학의 주가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진부회장은 3일 열린금고와 한일이 국도화학 주식 10.64%를 취득했다고 신고했다. 취득 목적은 ‘의결권 행사를 위해’라고 명시해 기업인수합병(M&A)임을 밝혔다.

이런 지분변동 신고가 있은 뒤 국도화학 주가는 2만2800원(1일)에서 7일 장중 한때 3만2600원까지 폭등했다. 거래량도 23만주에서 90만주로 급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도화학의 1대주주인 동도화성의 지분이 22.7%에 이르러 10.64%로는 M&A가 불가능한 실정이었다며 진 부회장이 M&A설을 흘려 보유주식을 내다 판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도화학 주가는 8일부터 계속 하락해 28일 1만6500원을 기록했다.

▽리젠트 계열사가 흔들리나〓리젠트종금은 한미은행의 자금지원을 기대했으나 불법대출사건으로 무산됐다. 리젠트가 리젠트종금(옛 경수종금)을 인수할 때 주당 가격은 1만2000원대, 현재 주가는 1700원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13일부터 주가조작 검사를 하고 있는 리젠트증권에서 소규모이기는 하나 고객이 이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리젠트증권이 MCI코리아에 대출한 280억원 중 140억원에 대해선 이미 대손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손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나 분위기가 안좋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6월 인수한 리젠트화재도 KOL에서 455억원, 리젠트종금에서 140억원을 후순위로 차입해 지급여력비율을 9월말 ―40%대에서 130%로 끌어올리려고 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무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위스콘신주정부와 도쿄해상화재보험 등 외국인 투자자를 모집해 78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아직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젠트에 대한 평가〓금감원과 증권업계는 리젠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중 상당수는 경쟁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투자자문 사장은 “IMF위기를 이용해 한국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 투자금액의 70∼80%를 한국에 집중 투입했으나 주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리젠트그룹이 97년 러시아채권을 국내에 많이 팔았다는 사실 때문에 우호적으로 보지 않는다. 대한투신을 인수하겠다고 해놓고 인수자금을 외국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모으려다가 금융권으로부터 힐난을 받기도 했다.리젠트 계열사의 한 임원은 “제임스 멜론 회장이 나서서 주가조작 등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해야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찬선·최영해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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