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앞 먹자골목 철거 논란]울고 싶은 상인들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48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저 개축 공사 현장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시작되는 도로개설공사를 둘러싸고 행정당국과 철거 위기에 내몰린 주민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사는 마포구 상수동 318∼서교동 329간 길이 1280m, 폭 15∼45m의 도로개설공사.

마포구청은 이 일대 도시계획선에 묶인 건물과 부지에 대한 협의 보상을 거쳐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할 방침이다.

▼구청 "도시계획 따른것"▼

도로 개설 현장은 200여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홍익대 앞 먹자골목거리로 25년간 이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아 왔다.

총 사업비 235억원 중 98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69억1000만원이 보상비 등으로 투입됐으며 동교동 김대통령의 사저 개축 공사 현장과 가까운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이미 보상이 끝나 건물 철거가 이뤄진 곳도 있다. 서울시가 공사비의 70%를 부담하고 있다.

▼"누굴위한 공사냐" 반발▼

이에 대해 일부 주민은 “도로개설공사가 김대통령 사저 개축 공사와 맞물려 주변 환경 정화를 위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8월말 헐린 김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는 내년 9월경 지하 3층, 지상 5층으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새 건물은 김대통령이 퇴임후 머물게 될 사저와 아태재단 건물로 사용될 계획이다.

25년간 서교동 먹자골목에서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은 해제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는데다 경기마저 나빠지고 있는 요즘 거리정비를 명분으로 상인들의 오랜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상인도 “이곳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 월드컵을 앞둔 환경 정화라는 구청측의 명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철거 대상이 된 상인들은 지난달 말 서교동 사무소에서 열린 ‘거리조성 사업’설명회에 집단으로 몰려가 항의하는 바람에 설명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조만간 공사 결정 중지를 요청하는 행정심판을 서울시에 낼 방침이다.

주민들의 반발에 관할 마포구청의 한 관계자는 “먹자골목 일대는 도시계획선으로 묶여 있는데다가 지난해 3월 ‘걷고 싶은 거리’로 지정됐기 때문에 공사 시행에 하자가 없다”며 “불량 건물을 정비하고 학교 주변의 이점을 살린 청소년 문화공간 등을 조성하는 것일 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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