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한스종금 비밀장부 누구 이름이…

  • 입력 2000년 11월 26일 20시 03분


진승현(陳承鉉·27)씨는 정말 정관계에 로비를 했을까.

진승현씨 관련사건에 대한 수사와 조사는 현재 세갈래로 나뉘어 진행중이다.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은 금융감독원에서 조사를 진행중이며 나머지 두가지 사건, 즉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 인수사기 사건과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은 검찰에서 맡고 있다.

한스종금 사건은 9월 초부터 수사가 진행돼 거의 마무리단계에 와 있다. 이 사건 수사에서 정관계 로비의 단서가 되는 비자금 조성의 의혹 또는 흔적이 엿보이는 곳은 세군데다.

한편 주가조작 사건 수사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

▽의혹1〓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부분은 한스종금 고위간부 K씨가 직접 작성한 비밀 장부. K씨는 이 장부를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는 이후 구속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영재(金暎宰) 전금감원 부원장보에 대한 수사도 이 장부에서 시작됐다. 신인철(申仁澈) 전 한스종금 사장은 금감원 등에 대한 로비를 전면 부인하다가 김 전부원장보의 이름을 적힌 장부를 들이대자 마지못해 시인한 것. 검찰은 그러나 이 장부에 김 전부원장보 외에 ‘특이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토지공사 등 정부투자기관 간부들이 예금을 넣어 주면서 사례금을 받은 정도라는 것이다.

▽의혹2〓두 번째는 신 전사장이 진씨에게서 주식매각대금으로 204억원을 받으면서 장부에는 184억원으로 기재하고 나머지 20억원을 챙긴 부분. 검찰은 이 돈 가운데 19억2000만원은 신 전사장이 개인 빚을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 전사장은 지난해 고교 동기인 법무부 고위간부 출신에게 4000만원을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이 변호사는 “5, 6년전 고교 동기들 여러 명이 신씨 사업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각자 형편이 닿는 대로 빌려줬는데 그 후 신씨의 사업실패로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일부를 돌려받은 것”이라며 “신씨는 나 이외에도 정부투자기관 사장과 병원 부원장 등 여러 명의 동창에게 비슷한 규모로 돈을 송금해줬다”고 해명했다.

▽의혹3〓전 아세아종금 사장 민병태씨(61·구속)와 전무 강태영씨(75·구속) 등 이 회사 간부들이 주식매각대금을 줄여서 기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공금 22억여원을 횡령한 부분. 검찰은 이 돈의 사용처를 추적중이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한 검찰간부는 “한스종금 사건은 그야 말로 단순 금융사기사건”이라며 “수사과정에서 김영재씨 외에 정관계 로비의혹의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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