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충전소 건설 '날벼락'… 분당 구미동주민들 반발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9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주민들이중고교 유치 예정부지 인근에 LPG 차량가스충전소가 들어서자 학교유치에차질을 빚게 됐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는 도시설계상 가스충전소부지에 허가를 내준 만큼 문제는 없지만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해당업체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업체는 법원에 ‘공사중지 명령효력정지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성남시는 4월 ㈜성암항운(대표 윤관종)이 제출한 분당구 구미동 194 일대 1500여평의 부지에 30t 저장 규모의 LPG 충전소를 허가, 50% 정도의 공사가 진행됐다.

구미동 주민들은 10월말경 이 사실을 알고 반대운동에 나서 ‘구미동 LPG 충전소 건설반대 투쟁위원회’(위원장 원인수·54·여)를 구성한 뒤 최근 5500여명이 연대서명한 진정서를 성남시와 성남시교육청,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제출했다.

문제의 부지는 구미동 주민들의 반발로 미가동 중인 하수종말처리장(8800여평)과 맞붙은 곳. 주민들은 하수종말처리장 시설을 폐쇄하고 이 곳에 부족한 중고교를 유치하려고 수년간 노력해왔다.

구미동 지역은 하얀마을과 무지개마을을 합해 1만1000여가구 3만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중학교는 한 곳도 없어 1200여명의 학생들이 금곡동 불곡중학교와 청솔중학교, 멀리는 백현중학교까지 통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과 성남시교육청은 구미동지역의 부족한 중고교를 신설하기 위해 수년간 학교부지를 물색해왔으나 아직까지 부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 입장〓주민들은 학교보건법상 유해시설인 충전소가 들어오면 학교 유치가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며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김병량 성남시장이 시장선거 당시 2001년 10월말경 하수종말처리장이 토지공사로부터 성남시로 기부채납되면 부족한 학교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학교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가스충전소를 허가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인수 위원장은 “고압송전탑과 하수종말처리장에 이어 충전소까지 들어서면 구미동은 유해 위험시설의 집합지나 다름없다”며 “학교 유치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라도 충전소는 이전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대체부지를 제공, 충전소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하수종말처리장은 기부채납되더라도 가동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학교부지는 다른 곳을 물색 중이고 충전소 부지는 제3의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성남시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받고 이달 중순 공사를 중단한 성암항운측은 최근 수원지방법원에 ‘공사중지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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