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복권 당첨금 산사람-긁은 사람 공평하게 나눠야"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36분


자신의 돈으로 산 복권을 다른 사람이 긁어 거액에 당첨됐다면 당첨금은 누구의 몫일까.

신모씨(42·무직)는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다방에서 다방종업원 김모씨 등 3명과 함께 차를 마시던 중 재미삼아 2000원을 주고 체육복권 4장을 샀다. 이들은 한 장씩 나눠 긁은 복권 중 2장이 각각 1000원에 당첨되자 이 돈으로 다시 복권 4장을 구입했고 이번에는 김씨 등이 긁은 복권 2장이 2000만원씩에 당첨됐다.

신씨는 이 복권으로 세금을 제외한 3200여만원을 은행에서 찾았다. 그러나 김씨가 “내가 긁은 복권의 당첨금을 주지 않는다”며 신씨를 검찰에 고소하는 바람에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신씨가 자신의 돈으로 산 복권을 김씨 등에게 나눠줬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만큼 당첨금이 김씨의 소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 제3부(주심 송진훈·宋鎭勳대법관)는 10일 “복권을 산 사람이 긁은 사람에게 당첨금을 주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명확히 하지 않는 한 당첨금은 공동소유”라며 2심판결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네 사람이 평소 친한 사이였고 같은 자리에서 복권을 한 장씩 골라잡아 긁은 점 등을 보면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공동 사용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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