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금고 파문]유조웅사장, 금감원 검사직전 美출국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58분


동방금고 불법대출의 주역으로 떠오르자 21일 미국으로 도피한 유조웅 사장이 금융감독원의 긴급 검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이달 13일 비밀리에 미국으로 출국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사장이 출국했다는 13일은 금감원이 동방금고 비리를 금고 노조로부터 제보받고 “제보내용 확인을 위해 필요하니 금감원에 출석해 달라”고 요청한 날이어서 유사장이 금감원의 검사계획을 미리 안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동방금고 관계자는 26일 “검사가 진행중이던 17, 18일경 경찰청 관계자가 동방금고를 찾아 ‘유조웅사장이 검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며 귀국했는지 여부를 물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사장은 13일 직원들에게 ‘며칠 지방에 여행이나 다녀오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가 월요일인 16일 새벽 조용히 귀국해 정상출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독시작 및 검찰 고발 시점을 코앞에 두고 미국으로 출국한 유사장이 금고내에서 한 역할은 무엇일까.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인 유사장은 정현준(鄭炫埈) 이경자(李京子)씨가 금고를 인수한 뒤부터 이씨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금고직원들은 “유사장은 지난해 7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한 상태지만 이씨가 금고를 ‘장악’한 뒤 전격적으로 사장으로 발탁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유사장만을 유일한 보고 채널로 삼은 채 업무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고검사 담당자도 ‘이경자―유조웅 비밀 채널’을 확인했다. 이 담당자는 25일 밤 “동방금고가 김모, 이모씨 등 9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정현준씨에게 269억원을 불법 대출했는데 대출 실무자 가운데 누구도 이들 9명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사장이 실무자를 배제한 채 이씨와 독대하면서 일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방금고 직원들은 “유사장이 지방 N고 동문인 검찰 고위인사 및 정관계 인사를 자주 거론했다”면서 “취임하자마자 판공비 집행액수가 2배 이상(전임자 연 8000만원에서 1억 8000만원으로)으로 늘어나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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