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터키노병의 밤]어린이와 '우정의 가교'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08분


6·25전쟁 참전 이후 50년 만에 백발이 되어 한국 땅을 되밟은 터키의 참전용사들. 이역만리에서 젊은 피를 바친 ‘터키 할아버지들’에게 밝게 자라난 한국의 어린이들이 건네준 꽃 한송이는 그들의 가슴에 맺힌 ‘전쟁의 응어리’를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14일 오후 6시 서울 세종호텔 ‘해금강홀’에서는 6·25전쟁 50주년을 기념해 ‘터키 노병을 위한 국민 감사의 밤’ 행사가 열렸다. 한국―터키 친선협회(회장 이시형·李時炯·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부장)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터키 참전용사 및 유가족 41명과 이진강(李鎭江)서울변호사회장 등 한국인 80여명이 참가했다.

한국―터키친선협회는 지난해 8월 터키를 강타한 지진을 돕기 위해 결성된 ‘터키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태. 당시 동아일보는 이시형회장을 비롯해 한양대 이희수(李熙秀)교수, 방송인 박찬숙(朴贊淑)씨, 손광운(孫光雲)변호사 등이 주축이 된 이 모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터키돕기’ 캠페인을 벌여 이를 국민운동으로까지 승화시켰다.

이날 행사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참전용사 대표 무아마르 오즈투르크멘씨(79)는 “터키군은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용맹한 군인이었다”며 “지금 터키군인과 한국민을 위해 외치는 박수소리가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시형 한국―터키 친선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가 열어가는 통일과 평화의 바탕에는 터키 노병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며 “이 자리는 50년 전 한국전쟁에 참여한 노병들과 한국 어린이들간에 우정의 가교를 잇는 자리”라고 말했다.

양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할릴 다으 주한터키대사와 반기문(潘基文)외교통상부 차관도 참전용사의 노고에 대해 감사의 뜻을 거듭 밝힌뒤 “노병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 터키와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밤9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된 이 행사에서 참전용사들은 한국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한국민요 아리랑과 터키민요 ‘위스크다르’를 번갈아 부르며 흥겨운 밤을 보냈다. 터키 참전용사들은 15일부터 국립박물관 민속촌 삼성 및 LG공장 등을 견학하고 부산 UN묘지에 헌화한 뒤 20일 터키로 돌아간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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