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울산시민 성금모아 北에 구급차·의약품 전달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5시 23분


"설레는 마음에 간밤에 한 잠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96년부터 울산 시민 등으로부터 모금한 돈 5000만원으로 구급차와 아스피린 항상제 등 의약품을 구입해 12일 한민족 복지재단에 전달한 민주주의 민족통일 울산연합 최현오(崔鉉午·64)의장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씨는 "북한에 구급차를 보내고 구급약품을 보내는 것이 자칫 생색내려고 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걱정스럽다"며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기 위한 자그마한 정성이 이념과 사상을 뛰어넘어 한민족 간의 신뢰회복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금과정에서 에피소드도 많았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모금하던 중 하루는 북한처녀와 총각으로 분장하고 어느 집에 들렸는데 진짜 북한사람인 줄 안 이웃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성금을 보낸 사람 중 일부가 용공혐의로 몰리는 바람에 모금이 2년여 간 중단되기도 했다.

울산연합측이 전달한 구급차 중 한 대는 김책시 인민병원으로, 나머지 한 대는 평양제일병원에 전달된다.

최씨는 "울산이 공업도시이므로 북한에서 공업도시로 이름난 함경도 김책시를 대상으로 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김책시를 방문해 자매결연하고 북한돕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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