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保 보증외압 수사]孫전무가 의혹 풀 열쇠?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42분


신용보증기금 손용문(孫鎔文)전무가 대출보증 외압의혹을 풀 중요한 단서를 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오전 검찰은 전날 소환한 손전무에 관해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도 “손전무가 다른 신보 관계자들과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고 의미 있는 한마디를 전했다.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조사중”이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는 “지난해 2월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으로부터 아크월드에 대한 대출보증 압력 전화를 받은 뒤 통화 내용을 당시 이사였던 손전무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손전무가 지난해 4월 나에 대한 사직동팀의 수사 경과를 자세히 알려줬다”고 말했었다.

또 손전무는 당시 영동지점 박모 팀장 등에게도 두차례에 걸쳐 “아크월드를 도와주라”는 전화를 했다는 주장이 신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 신보 내부에서 손전무는 여권 실세의 고교 후배로 정권교체 후 실세로 부상, 최근 인사에서 여러 선배들을 제치고 전무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전무는 검찰에서 “모 건축자재 생산업체 사장 배모씨의 소개로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씨와 알고 지냈다”고 진술했다. 한 신보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박씨가 영동지점을 찾아와 대출보증 상담을 할 때 손전무와 잘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손전무는 박전장관과의 친척관계임을 내세우는 박씨와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박전장관의 압력 또는 청탁 전화를 받은 뒤 영동지점 직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추론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영동지점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달리 말한다. 한 관계자는 “박씨가 손전무와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굳이 박전장관을 통하지 않고도 실세인 손전무를 통해 충분히 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씨에 대한 신용보증기금 내부 고위직의 사표 종용은 외부의 압력 또는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직동팀에서 이씨의 비리를 내사하자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사표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손전무가 ‘외압’ 여부를 간접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고 본인이 ‘내압’의 당사자일수 있으며 사직동팀의 수사착수 경위를 정확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인물로 보고 그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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