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의혹 수사]'申-朴 2인사기극'에 새인물 등장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6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가 심상치 않다.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지검 조사부는 신용보증기금 전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 수사로 며칠간 관심권에서 멀어진 사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새로 확인된 내용은 관악지점이 지난해 3월 신창섭(申昌燮)전지점장의 부임 이전부터 아크월드와 관련업체에 43억원을 대출해줬다는 점. 새로 소환된 사람은 43억원을 대출해줄 당시 관악지점장이었던 박영태씨와 아크월드 본부장 육상조(陸相朝·46)씨 등이다.

신 전지점장 부임 이전에도 아크월드에 거액이 대출됐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이 신씨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씨의 공모로 이뤄진 ‘2인 합작’ 대출사기극이 아닐 수도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검찰은 기존의 수사결론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우선 박영태씨와 신창섭씨의 대출은 내용이나 과정이 전혀 다르다는 설명. 신씨는 200여개 기업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장을 개설한 뒤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수법으로 466억원을 ‘불법’ 대출해준 데 반해 그 이전의 박씨는 대출서류 등 형식은 모두 갖추고 다만 담보가 일부 부족한 상태에서 ‘편법’ 대출을 해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따라서 박씨를 48시간 조사했지만 처벌할 근거를 찾지 못해 귀가시켰다.

검찰은 박영태씨보다는 육씨 쪽에 더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육씨는 어떤 때는 아크월드에서 박혜룡씨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24일 아크월드가 관악지점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전지점장 박씨와 신씨 등을 협박한 혐의(공갈 등)로 육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검찰관계자는 “육씨는 특히 이운영씨 및 신용보증기금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고 귀띔해 수사방향의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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