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회복"깨우침 쟁쟁한데 …정재각교수 추도사

  • 입력 2000년 9월 19일 19시 27분


선생님 영전에서 저희 제자 후학들은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졸업 후 수십 년이 지났어도 가슴에 품고 있는 선생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부 강의실에서나 답사 중에, 그리고 대학원 세미나에서도 항상 ‘엘리트집단의 윤리 도덕성’을 강조하시고 실천하기를 가르쳤습니다. 건전한 윤리 도덕은 나라와 사회 발전의 원동력, 그리고 역사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하셨으며 윤리 도덕이 실종된 사회에서는 부정 부패 이기심으로 얼룩진 갈등과 대립 분열만 난무한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사회는 정치 관료 기업 교육 사법 등 모든 분야에서 윤리 도덕은 타락, 실종되고 깊은 갈등과 극단적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현실을 항시 개탄하셨습니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 엘리트 집단의 윤리 도덕의 타락과 실종을 가장 크게 걱정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사회가 경제를 포함한 물질적 발전을 아무리 크게 이뤄도 건전한 윤리 도덕이 밑받침되지 않는 한 모두 ‘모래 위의 성’이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말하면 엘리트 집단의 윤리 도덕성의 회복이 급선무라고 하셨습니다.

엘리트 집단이 양심에 기본한 자각과 각성을 통해 극기를 이룩하고 자기 분수를 지키며 자율적 실천을 통해 이기적 욕망과 행동을 억제하고 의무와 책임에 충실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를 때 윤리 도덕적 기풍은 엘리트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하층부 그리고 전체 사회로 확산돼 생활 원리로 정착되고 신뢰와 결속의 정신적 바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여기에서 개인이익과 국가이익이 일치돼 핵융합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와 같이 무한한 힘과 역량이 방출되며 이것이 바로 나라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며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같은 사상을 말로만 표현한 것이 아니고 고려대 정년퇴임 연설에서 표출하셨으며 동국대총장 그리고 정신문화연구원장으로 계실 때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총체적 아노미현상은 바로 선생님께서 30여년 전에 수차 지적하셨던 현상이며 또 선생님께서는 이 아노미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선생님 같은 정신적 지주가 절실히 필요한 때인데 타계하시니 저희 제자 후학들의 마음은 더욱 아프고 목이 멥니다.

선생님 저희 제자 후학들은 선생님을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하였습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

이춘식(고려대교수 ·동양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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