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싸움질만…" 험악한 민심…귀향 여야의원 '깜짝'

입력 2000-09-14 00:13수정 2009-09-22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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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동안 귀향(歸鄕) 활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여야 의원들은 13일 한결같이 “정치권에 대한 민심이 험악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험악한 민심’의 원인 진단은 여야가 약간 달랐다.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을 주요 원인으로 꼽은 반면 민주당은 정치권 전체의 정쟁(政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다며 공동책임론을 주장했다.

▽경제상황 악화〓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영세상인 등 일반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지방에서는, 심지어 광주까지 경기가 나빠 다들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대구는 우방 부도 여파로 엉망이다. 중소 상공인들은 어려워지고 대기업들만 좋아져 갈수록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우방 부도 후 대구와 부산 쪽 경제가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영남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상황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의원들도 많은 얘기를 했다. 이재정(李在禎)의원은 “유가폭등과 주가폭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고 말했다. 김성호(金成鎬)의원은 “상인들로부터 살기 힘들다는 푸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고 박인상(朴仁相)의원은 “부산에선 잇따라 망하는 고무공장 이야기뿐이더라”고 전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경제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고백했다.

▽사회 현안〓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번 추석연휴 때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이 단연 화제였다며 “일반사람들도 ‘권력 실세의 개입 없이 1000억원의 은행대출이 가능하냐’며 수사 발표를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국민의 분노가 대단하고 끝까지 실상을 파헤치라고 독려하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한빛은행 사건에 따른 민심 악화를 우려했다. 이윤수(李允洙)의원은 “검찰 얘기를 믿는 사람이 없는 반면 한나라당 홍보는 먹혀드는 분위기”라며 걱정했다. “정부가 한빛은행 사건에 떳떳하다면 차라리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하는 게 어떠냐”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

한 의원은 “의약 분업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더라”며 “국민의 불편이 생각보다 크다”고 전했다.

▽남북문제〓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부의 지나친 대북(對北) 지원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며 정부 여당을 비난했다. “우리도 생활이 어려운데 북한에 너무 일방적으로 퍼다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오세훈·吳世勳)는 식이었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의원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다는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다른 견해를 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남북문제만큼은 정부 여당의 정책에 공감하는 여론이 많다는 것이다.

유용태(劉容泰)의원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한 비판은 있으나 남북문제 전반에 대해선 잘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치 일반〓민주당 정세균(丁世均)의원은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싸움만 한다는 비판이 많았고 그 강도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며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당 임종석(任鍾晳)의원도 “서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먹고살기도 힘든데 정치인들이 왜 일은 안하고 싸움질만 하느냐’는 것이었다”며 “유가상승과 의약분업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같은 여론을 전했다.

김부겸(金富謙)의원은 “재래시장 상인들이 ‘정치인과 우리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하더라”면서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송인수·전승훈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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