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박장관 대출압력" 거듭주장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51분


“처음엔 청탁이었지만 듣지 않자 압력을 가했고 나중엔 보복 수사를 당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관련된 박혜룡(朴惠龍·47) 현룡(賢龍·40·전 청와대 행정관)씨 형제의 대출보증 청탁을 거절한 뒤 경찰청 사직동팀의 내사를 받았던 이운영(李運永·52)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이 5일 낮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음식점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박 당시 공보수석이 처음 전화 때는 ‘보증을 15억원 더 쓰게 해달라’며 부탁 조로 말했다”며 “그러나 두 번째 전화 때는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아. 당신 일 똑바로 해. 모가지 날아가기 전에’라며 위압적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씨에 따르면 대출보증을 끝내 안해 주자 박 당시 행정관도 “당신 모가지가 몇 개나 되는지 두고 보자”며 별렀고 그 뒤 한달여만인 4월22일 사직동팀의 내사가 시작된 점으로 볼 때 보복 수사임이 명백하다는 것.

이씨는 또 “사직동팀 수사관이 지난해 4월22일 지점장실로 찾아와 나를 끌고 가며 ‘당신이 죽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어’라고 말한 점도 보복 수사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나는 결단코 단 한 푼도 대출보증에 대한 사례비를 받은 적이 없다”며 “진실을 모두 밝히고 추석을 전후해 떳떳이 자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취재진과 대화를 시작한 지 2시간만에 주위 사람들이 “장소가 수사기관에 노출된 것 같다”고 전하자 급히 자리를 떴다.

<하종대·이승헌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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